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 증가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특히 AI 인프라의 폭발적 확장과 함께 새로운 전력 공급원이 절실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 투자자들이 기존 화석연료와는 결이 다른 신재생 에너지 기술, 특히 핵융합(fusion)과 핵분열(fission) 관련 기술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주 가장 눈에 띈 사례는 캘리포니아 리버모어에 기반을 둔 핵융합 스타트업 이너샤 엔터프라이즈(Inertia Enterprises)가 발표한 4억 5,000만 달러(약 648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다. 구글벤처스,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 등 저명한 투자사들이 공동 참여한 이번 라운드는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서 세계 최고 출력 레이저를 구축하고 연료 타겟 양산 라인을 마련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이너샤의 대규모 자금 유치는 최근 핵융합 및 핵분열 분야에서 이어지고 있는 고액 거래의 흐름을 반영한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해당 업계는 2025년 역대 최대 펀딩을 기록한 데 이어, 2026년 들어서도 활황세를 유지 중이다.
이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사례는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그룹(Trump Media & Technology Group, TMTG)이 지난해 말 발표한 TAE 테크놀로지스(TAE Technologies)와의 합병이다. 해당 거래는 60억 달러(약 8조 6,400억 원)가 넘는 규모로, 상장 기회를 노리는 TAE가 사실상 가장 오래된 핵융합 스타트업이란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현재까지 이 기업은 최소 15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 유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Commonwealth Fusion Systems)은 총 28억 6,000만 달러(약 4조 1,100억 원)의 투자를 모았고, 헬리온 에너지(Helion Energy), 퍼시픽 퓨전(Pacific Fusion), 제너럴 퓨전(General Fusion) 역시 각기 수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하는 등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쏠리고 있다.
핵분열 기술도 만만치 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작년 한 해에만 관련 스타트업들에 25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가 몰렸으며, 특히 X-에너지가 시리즈D 라운드에서 7억 달러(약 1조 원)를 유치한 것이 대표 사례다. 올해도 테네시주에 본사를 둔 스탠다드 뉴클리어(Standard Nuclear)가 1억 4,000만 달러(약 2,000억 원)를 확보하는 등 1분기에만 약 2억 7,000만 달러(약 3,900억 원) 자금 유입이 확인됐다.
이 같은 흐름은 상장 시장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오픈AI 대표 샘 알트먼이 이끄는 SPAC을 통해 상장에 성공한 오클로(Oklo)는 시가총액 약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를 기록하며 저변 확대의 포문을 열었다. 이 외에도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한 소형 원자로 개발사 원 뉴클리어 에너지(One Nuclear Energy)와 마이크로 모듈 원자로에 집중하는 해드론 에너지(Hadron Energy)도 상장을 추진하며 표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 기술 시장에서 핵융합과 핵분열 분야는 AI나 반도체에 못지않은 전략 산업으로 재조명받는 분위기다. 핵심 인프라에 기반한 장기적 수요가 보장된 만큼, 관련 기술을 확보한 스타트업은 대규모 자금 유치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민간의 자금 흐름이 더욱 탄력을 받으며, 에너지 산업의 지형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