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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i 대출 시장은 왜 모듈화되고 있는가: 모포(Morpho), 오일러(Euler), 아베(Aave)의 리스크 관리 전쟁

기관 투자자가 온체인 대출 시장에 진입하면서, DeFi는 단일 풀 구조에서 리스크를 분리하고 운용 레이어를 전문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Key Takeaways

 

  • 리먼 사태와 켈프 DAO 사태는 단일 풀 구조가 특정 자산의 부실을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증폭시키는 구조적 결함을 드러냄

  • 전통 금융은 금융에 필요한 각 레이어를 분리하는 방식을 선택

  • DeFi 생태계 역시 자리스크 격리 중심의 모듈형 아키텍처로 수렴

  • 이러한 구조는 RWA 자산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더욱 가속화

  • 모듈형 아키텍처에서 실질적으로 상품을 운용하는 ‘운용 레이어’의 역량이 더욱 강조될 것


1. 리먼 사태가 던지는 교훈

Source: YPFS and Brookings Institution.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의 여파로 세계 3위 머니마켓펀드(MMF)인 리저브 프라이머리 펀드(Reserve Primary Fund, 이하 RPF)가 단 하루 만에 인출을 전면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RPF가 보유했던 리먼 브라더스 채권은 전체 운용자산의 겨우 1.2%에 불과했다. 하지만 리먼의 파산으로 이 1.2%의 자산이 회수 불가능한 상각 자산으로 처리되면서, 펀드가 보유한 전체 자산의 총 가치는 100%에서 98.8%로 감소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투자 원금과 펀드 가치를 항상 ‘1달러 대 1달러’로 동일하게 유지하던 MMF의 절대 원칙이 무너졌고, 주당 가치가 1달러 밑(0.97달러)으로 추락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원금 손실이 가시화되자, 시장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지금 당장 돈을 빼지 않으면 남은 원금마저 더 깎일 수 있다”는 공포는 거대한 뱅크런으로 확산되었으며, 불과 이틀 만에 $400억의 환매 요청이 몰리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밀려드는 인출 압박을 견디지 못한 펀드가 마비되며 전면적인 인출 중단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이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전통 자본시장의 대대적인 구조 개편을 이끌어냈다. MMF 영역에서는 리스크 등급별 완충 장치와 환매 제한 가이드라인이 재정비되었고, 헤지펀드 영역에서는 단일 중개기관이 자산을 독점하여 발생했던 리먼의 재담보(Rehypothecation) 리스크를 학습했다.

 

결과적으로 전통 금융기관들은 단일 중개기관에 자산과 신용을 몰아주던 관행에서 벗어나, 실행 인프라와 리스크 관리 주체를 분리하고 복수의 프라임 브로커리지(Multi-prime)를 활용해 위험을 격리하는 방식을 글로벌 표준으로 정착시켰다. 위기 상황에서 인프라와 리스크를 분리해 리스크 전염을 막는 이 제도적 안전장치 위에서, 자산운용 산업은 비로소 인프라적 신뢰를 회복하고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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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통 자본시장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가

 

2014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MMF 구조를 손봤다. 자금 성격에 따라 유형을 분리하고, 각 유형마다 기준을 다르게 적용했다. 한 유형에서 뱅크런 등의 문제가 생겨도 시스템 전체나 다른 유형의 펀드로 위험이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형별 완충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처럼 전통 금융이 리스크를 통제하는 핵심 철학은 ‘분리’에 있다. 위험이 한곳에 모이지 않도록 기관의 권한을 쪼개고, 자금이 이동하는 경로마다 독립된 검증 단계를 끼워 넣는 방식이다.

자본시장의 ‘프라임 브로커리지’가 대표적인 구분의 예시다. 여기서는 투자(헤지펀드)와 위험 감시(브로커)의 권한을 분리해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격리한다. 일반 대출 시장 역시 자금이 이동하는 과정 속에 신용평가·심사·담보관리·수탁 등의 독립된 주체들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산 운용과 대출 영역이 DeFi로 전환되면서, 전통 금융이 구축해 온 이 복잡한 중간 레이어들은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초기 DeFi 프로토콜들은 분리 구조에서 발생하던 수많은 중개자를 없애고, 관련 메커니즘을 코드 안으로 압축하여 자동화해 내는 것에 집중했다.

 

3. 통합된 풀이 모듈형 풀로 가기까지

 

모든 대출 메커니즘을 하나의 스마트 컨트랙트(통합형 풀)로 압축한 초기 DeFi의 시도는 중개 비용을 절감했으나, 역으로 모든 리스크가 단일 프로토콜 내로 집중되는 문제를 야기했다. 전통 금융처럼 신용평가, 심사, 담보관리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하나의 코드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특정 자산의 부실이나 청산 실패가 전체 시스템의 유동성 마비로 직결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가졌다.

 

이러한 위험 전이 가능성으로 인해, 프로토콜 거버넌스(DAO)는 위험 파라미터를 극도로 보수적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외에 상대적으로 트랙 레코드가 부족하거나 변동성이 큰 신규 암호화폐들은 담보 자산 규격에서 제외되어 대출 시장 진입이 구조적으로 차단되었다. 코드의 압축이 자본 효율성의 저하와 자산의 다변화 실패라는 한계로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통합형 풀의 리스크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일로 파이낸스(Silo Finance)는 자산별로 독립된 대출 풀을 구성하는 ‘격리 구조’를 도입했다. 특정 담보 자산 풀에서 가격 조작이나 급격한 가치 하락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위험이 타 자산 풀로 번지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거버넌스의 사전 심사 허들을 낮추고 다양한 자산의 대출 시장을 신속하게 개설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는 거대한 단일 풀을 해체하고 시장 단위로 리스크를 격리할 수 있다는 기술적 가능성을 제시하며 향후 다시금 레이어별로 쪼개지는 모듈화 구조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렇게 사일로가 개척한 모듈화 시스템은 토큰화 국채, 사모 크레딧 등 실물자산(RWA)이 온체인으로 대거 유입되며 자산의 다변화가 본격화됨에 따라 온체인 대출 시장의 필수적인 규격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온체인으로 들어오는 RWA는 자산 종류에 따라 거래 가능 시간, 오라클(가격 피드)의 신뢰도, 규제적 제한(KYC/AML 요구사항), 청산 절차가 완전히 상이하므로, 이처럼 변수와 규격이 복잡한 자산들을 과거의 통합형 풀 구조처럼 하나의 통일된 파라미터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RWA의 유입은 단순히 자산의 파편화된 격리를 넘어, 전통 금융 수준의 정교한 리스크 제어 체계를 온체인에 이식해야 하는 필연성을 발생시켰다. 자산이 다변화될수록 온체인 환경에서 발생하는 고도화된 위험을 통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청산과 결제만을 전담하는 불변의 ‘인프라 레이어’와 위험 파라미터를 실시간으로 조정하고 책임지는 ‘운용 레이어’의 구조적 분리가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초기 DeFi가 중간 레이어를 하나의 코드로 압축하며 시작되었다면, RWA의 유입과 대출 시장의 고도화 과정에서는 청산·결제의 효율성은 블록체인에 맡기되 리스크 감시 권한은 독립된 레이어로 분리하는 경로를 밟게 되었다. 즉, 자산의 복잡성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위험 감시와 투자를 분리하던 전통 금융의 프라임 브로커리지나 신용평가 분리 체계와 유사한 형태의 ‘모듈형’ 아키텍처가 온체인 대출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4. 본격적인 기관 맞춤 리스크 격리 그리고 수렴

비록 출발점은 생태계 내부의 진화였으나, 모듈형 아키텍처는 결과적으로 제도권 기관들이 원하던 리스크 통제 기준과 정확히 맞물렸다.

 

기초 인프라 레이어에서 자본 효율성을 일부 양보하는 대신 완벽한 리스크 격리를 추구한 모포의 선택은 기관의 수요로 이어졌고, 이는 결국 자산 공유형 구조로 출발했던 다른 주요 대출 프로토콜들까지 유사한 방향으로 수렴하도록 이끄는 기점이 되었다.

 

4.1. 프라임 브로커, 모포 블루(Morpho Blue)

 

출발 당시의 모포는 아베(Aave), 컴파운드(Compound) 같은 1세대 DeFi 대출 프로토콜 위에서 금리를 최적화하는 중개 레이어로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모포는 대출 프로토콜 없이 혼자서 존재할 수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2023년 모포 블루(Morpho Blue) 백서를 공개하고, 2024년 초 모포 블루와 모포 볼트를 정식 출시하며 독립을 선언했다.

 

해당 전환은 거버넌스가 모든 시장의 리스크를 일괄 결정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시장 생성과 리스크 판단을 프로토콜 외부로 분리(외부화)하는 데 있었다. 이는 훗날 기관이 자신의 컴플라이언스 기준에 맞춰 리스크를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되었다.

구조

  • 모포 블루(Morpho Blue): 불변(Immutable) 프로토콜. 담보 자산·대출 자산·담보인정비율(LLTV)·가격 피드·금리 모델 다섯 가지 조건을 마켓 개설 시 고정한다. 허가 없이(Permissionless) 누구나 마켓을 생성할 수 있으며, 프로토콜 자체는 오직 코드의 무결한 실행만 담당한다.

  • 모포 볼트(Morpho Vaults): 독립 운용사(Curator)가 편입 가능한 마켓을 선별하고, 공급 한도와 자본 배분을 조정하는 리스크 운용 레이어. 볼트마다 리스크 프로파일이 다르다.

  • 대출자(Lenders): DAO·프로토콜·개인·헤지펀드 등 리스크 성향이 다른 예치자들이 자신의 프로파일에 맞는 볼트를 선택해 자본을 공급한다.

본래 전통 프라임 브로커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청산, 수탁, 레버리지 공급, 리스크 모니터링 네 가지다. 모포는 청산과 레버리지 공급을 스마트 계약을 통해 프로토콜 단에서 자동화한 반면, 비수탁(Non-custodial) 구조의 한계상 기관이 규제상 요구하는 수탁 환경을 자체적으로 제공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코인베이스(Coinbase)나 앵커리지(Anchorage) 같은 외부 전문 수탁 기관과의 연결이 별도로 필요하다.

 

리스크 모니터링 역시 프로토콜이 아닌 큐레이터의 자산 선별 및 노출 관리 역량에 의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큐레이터의 품질이 균일하지 않다는 리스크가 상존한다. 2025년 발생한 xUSD/Stream Finance 사태는 이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당시 일부 Morpho 볼트가 xUSD 관련 노출을 보유하면서 손실(Bad Debt)이 발생했고, 이 사태 이후 시장은 큐레이터의 자산 선별 능력과 실시간 리스크 관리 역량을 더욱 엄격하게 검증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기관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온 스테이크하우스(Steakhouse), 건틀릿(Gauntlet), 센토라(Sentora)와 같은 탑티어 리스크 큐레이터 주변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결국 전통의 프라임 브로커리지가 청산, 수탁, 레버리지, 담보관리 기능을 묶어 제공하는 번들형 대면 창구였다면, 모포는 이를 하나의 기관이 모두 떠안는 대신 생태계 안의 전문 주체들이 나누어 맡는 분업 구조를 안착시킨 셈이다.

현재 모포를 중심으로 기관의 대규모 채택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기관 채택은 중앙화 거래소로부터 시작됐다.

  • 코인베이스: USDC 대출 서비스 뒷단으로 모포 블루 채택. 스테이크하우스 큐레이션.

  • 바이낸스: 같은 구조로 합류. 스테이크하우스, 건틀릿 큐레이션

 

사용자는 모포나 스테이크하우스에 대해 몰라도 앱에서 대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세계 최대 거래소 두 곳이 같은 인프라를 선택했다.

 

전통 금융기관의 채택도 이어졌다.

  • SG-FORGE: MiCA 준수 스테이블코인 EURCV·USDCV를 모포에 배포

  • 아폴로(Apollo): 사모 크레딧 펀드 ACRED를 온체인으로 가져와 모포에서 담보 자산으로 활용

  • 빗와이즈(Bitwitse): 모포 볼트 위에서 직접 리스크 큐레이션

 

토큰화가 자산의 접근권을 열었다면, 모포는 그 자산을 실제로 쓸 수 있는 자본 효율성의 통로를 열었다. 모포가 가져온 이 흐름은 출발점이 전혀 달랐던 대출 프로토콜들에게도 거를 수 없는 같은 진화 방향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4.2. 유니버설 뱅크, 아베(Aave) V4

아베(Aave)는 과거 P2P 대출 매칭 모델이었던 ETHLend에서 시작해, 공동 풀 기반의 Aave V1부터 V3까지 업그레이드를 거쳤고, 2026년 3월 Ethereum 메인넷에서 모듈형 아키텍처인 V4를 활성화했다. 모포가 인프라와 운용을 구조적으로 분리하는 방향을 선택했다면, 아베 V4는 유동성 효율을 유지하면서 리스크를 통제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했다.

 

아베는 리스크 격리와 자본 효율성이 트레이드오프 관계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했다. 격리 방향으로 갈수록 부실채권 전파는 막을 수 있지만 유동성 네트워크 효과가 약해지고 자본 효율성이 떨어진다. V4는 이 트레이드오프를 구조적으로 해소하고자 출시되었다.

구조

  • 허브(Hub): 유동성과 회계를 통합 관리하는 중심 기지. 각 스포크(Spoke)에 크레딧 라인(Credit Line)과 디빗 라인(Debit Line)을 부여해, 어떤 시장이 얼마만큼의 유동성을 끌어다 쓸 수 있는지 한도를 제한한다. 기본적인 리스크 방화벽은 이 스포크별 한도와 로컬 파라미터에서 형성된다.

  • 스포크(Spoke): 자산별 독립 파라미터를 가진 개별 차입 시장. 특정 스포크나 자산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거버넌스와 리스크 관리자는 해당 스포크의 한도 조정, 신규 차입 제한, 비상 정지(Emergency Controls) 등을 통해 익스포저 확산을 제한할 수 있다. 최대 위험 노출도가 크레딧 라인 한도로 고정되기 때문에 전파 범위가 구조적으로 제한되는 원리다.

전통 금융으로 치면 유니버설 뱅크의 ‘내부 신용 한도 배정 구조’와 유사하다. 본사가 각 사업부에 신용 한도를 배정하고, 한 사업부가 부실화되면 본사가 한도를 조절해 전파를 막는 식이다. 허브가 본사 역할을 하고 스포크가 각 사업부처럼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자산 쌍마다 자본이 철저히 갇히는 모포의 완전 격리 구조와 달리, 허브 앤 스포크 체제에서는 특정 스포크에서 사용되지 않고 남은 유동성이 허브의 크레딧 라인을 통해 다른 생산적인 스포크로 유연하게 재배분되므로 자본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 구조는 RWA 시장에서 강력한 무기가 된다. 신생 RWA 시장은 초기 유동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는데, 아베 V4 구조에서는 기존의 거대한 유동성 허브가 새로운 스포크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토큰화 자산을 독립된 스포크로 구성하고 허브에서 크레딧 라인 한도를 설정하면, 안전 자산의 유동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자산 클래스를 더 낮은 부트스트래핑 비용으로 시장에 올리면서도, 초기 익스포저를 크레딧 라인 안에서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 채택은 ‘호라이즌(Horizon)’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호라이즌은 출시 당시 Aave v3.3을 기반으로 한 별도의 RWA 대출 인스턴스로 시작했으나, 설계 철학은 V4의 통합 유동성 및 리스크 분리 방향과 맞닿아 있다. 향후 V4의 크레딧 라인 구조와 결합될수록 호라이즌은 아베의 기관용 RWA 레이어로 더욱 깊게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

 

호라이즌은 규제를 준수하는 토큰화 국채, MMF, 기관용 펀드 등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차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향후 토큰화 주식이나 ETF 같은 자산군으로 확장될 여지도 열어두고 있다.

 

호라이즌 내부에서는 승인된 기관용 자산들이 동일한 기관용 유동성 레이어에 연결되기 때문에, 새로운 RWA가 추가되는 즉시 기존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을 활용할 수 있다.

 

이 유동성 레이어 안에서의 역할 분리는 다음과 같이 철저히 분업화된다.

  • 발행사: 투자자 온보딩 및 화이트리스트(KYC/AML) 관리

  • 리스크 관리자(LlamaRisk): RWA 자산 실사 및 리스크 프레임워크/파라미터 제안

  • 오라클(Chainlink): 온체인 가격 피드 공급

  • 프로토콜(Aave): 스마트 계약 실행

 

전통적인 아베 시장에서는 새로운 자산을 편입할 때마다 DAO 거버넌스의 심의와 투표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속도가 느리다.

 

호라이즌은 자산별 컴플라이언스는 발행사가, 리스크 실사는 라마리스크(LlamaRisk)가, 가격 검증은 체인링크(Chainlink)가 맡도록 역할을 분리했다. 이를 통해 모든 판단을 일반 DAO 거버넌스에 직접 올리는 방식보다 기관용 자산 편입과 리스크 조정의 운영 속도를 높이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포가 거버넌스 개입을 최소화하고 마켓 생성과 리스크 운용을 외부화하는 방식으로 ‘속도와 선택권’을 택했다면, 아베는 통제된 거버넌스 위임과 공유 유동성을 통해 ‘자본 효율성을 지키는 중립적인 방향’을 택했다.

 

두 선택 모두 리스크 분산이라는 전통 금융의 철학을 온체인으로 이식하는 논리적인 해법이지만, 실제 RWA 시장의 주도권이 어느 쪽으로 수렴할지 지켜봐야 한다.

 

4.3. 멀티 스트래티지 헤지펀드, 오일러(Euler) V2

 

2023년 3월 오일러(Euler)는 $197M 규모의 익스플로잇을 겪었다. 스마트 계약 코드의 결함을 이용한 공격이었고, 단일 프로토콜 회계·청산 구조 안에 여러 자산 시장이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피해가 복수 자산으로 확산됐다.

 

이후 약 3주에 걸친 협상 끝에 탈취 자산은 대부분 회수되었으나, 오일러는 단순 보수가 아닌 아키텍처 재건을 선택했다. 이후 프로토콜을 고도화하며 유연한 기관 대출 인프라로 포지셔닝을 강화했다.

 

오일러가 RWA와 기관 신용(Institutional Credit) 시장에 진입한 배경에는 전통 금융의 자산 토큰화가 가진 한계가 있었다. 당시 은행들은 토큰화 채권, 펀드, 국채를 발행하고 있었지만, 이 자산들은 온체인에서 대출이나 신용 공급에 활용될 인프라가 부족했다.

 

오일러는 기관 수요를 변동성이 큰 롱테일 암호자산 시장으로 끌어들이기보다, 이 자산들에 유동성을 부여하는 ‘제도권 금융의 신용 레이어(Credit layer for finance)’로 포지셔닝하기 시작했다.

구조

  • EVK(Euler Vault Kit): 차입 기능이 추가된 ERC-4626 기반 신용 볼트를 만들 수 있는 키트다. 각 볼트는 특정 자산과 리스크 설정을 독립적으로 가질 수 있고, EVC를 통해 다른 볼트와 연결되며 대출 시장을 형성한다.

  • EVC(Ethereum Vault Connector): 여러 볼트에 분산된 담보와 부채 관계를 하나의 계정 단위에서 연결해 관리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이뮤터블 프리미티브(Primitive)다. 전통 금융으로 치면 여러 분산된 자산 계좌를 하나의 마진 계좌(Margin Account)로 통합하여 교차 담보를 제공하는 것과 유사하다.

 

EVK가 자산별 독립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면, EVC는 파편화될 수 있는 자산들을 하나의 계정·포지션 관리 체계로 연결한다.

 

전통 금융에 비유하면, 오일러는 멀티 스트래티지(Multi-strategy) 헤지펀드의 포드 구조와 일부 닮아 있다. 독립된 포드(Pod)가 각자의 전략과 리스크 한도를 가지고 운용되지만, 기술 인프라와 자본 관리 체계를 공유하는 구조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다만 오일러는 하나의 운용사 내부 조직이 아니라, 여러 독립 주체가 볼트를 만들고 연결할 수 있는 개방형 인프라라는 점에서 다르다.

 

비유적으로 보면, 모포가 프라임 브로커리지형 분업 모델에 가깝고, 아베가 유니버설 뱅크식 공유 유동성 모델에 가깝다면, 오일러는 멀티 스트래티지 헤지펀드식 연결형 모듈 구조에 가깝다. 유연성과 자본 효율성이 높아지는 만큼, 연결된 볼트 생태계 안에서 특정 자산의 위험이 다른 포지션으로 간접 전이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큐레이터의 리스크 관리 역량은 오일러 V2 생태계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오일러의 기관 채택은 자산의 특수성과 규제 환경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첫 번째는 토큰화 주식이다. 주식 자산은 24/5 거래 환경을 가지며, 배당과 주식 분할 같은 기업 이벤트를 가격 산정에 반영할 수 있는 가격 피드가 필요하다. 기존 단일 공유 리스크 구조에서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독립 시장을 형성하기 어려웠지만, 자산별 독립 설계가 가능한 EVK는 이를 가능하게 했다.

 

오일러는 Ondo 파이낸스와 협력해 SPYon(S&P 500), QQQon(Nasdaq-100), TSLAon(Tesla) 등을 담보로 수용하는 대출 마켓 ‘STEY’를 출시했다.

STEY 마켓 구조

  • 담보 자산: Ondo 토큰화 주식(SPYon, QQQon, TSLAon)

  • 대출 자산: PYUSD(PayPal 스테이블코인)

  • 가격 피드: Chainlink 실시간 주가 피드

  • 리스크 운용: Sentora 큐레이션

 

전통 금융에서도 주식담보대출(Lombard Loan)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가치 제고 방식이 존재하듯, STEY 마켓은 이 메커니즘을 온체인 상에서 효율화했다. 투자자는 토큰화 주식에 대한 가격 노출을 유지하면서, 차입한 스테이블코인을 온체인 수익률 전략에 재투입하여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두 번째 방향은 ‘토큰화 국채와 CLO(대출채권담보부증권)’의 결합이다. 오일러는 KPK의 ‘USDC Prime RWA Vault’를 출시하며 구조적 유연성을 입증했다.

 

KPK USDC Prime RWA Vault 구조

  • 담보 자산: VBILL (VanEck 토큰화 국채), STAC (Securitize AAA 등급 CLO)

  • 대출 자산: USDC

  • 가격 피드: 레드스톤(RedStone) 일별 NAV 피드

  • 리스크 운용: 센토라(Sentora) 큐레이션

 

특히 오라클을 통한 정기적인 NAV 산정과 자산 고유의 청산 기준이 필요한 CLO나 엄격한 컴플라이언스 통제가 필요한 토큰화 국채의 경우, 볼트 단위로 독립적인 훅(Hooks)과 파라미터를 커스텀 설계할 수 있는 모듈형 인프라가 없었다면 온체인 대출 자산으로 편입하기 매우 어려웠다.

 

다만 동일 자산·오라클·담보에 대한 중복 노출에서 발생하는 간접적 리스크 전이 가능성은 존재하므로, 오일러 V2는 이 유연성과 통제 사이의 정교한 균형을 과제로 마주하고 있다.

 

이처럼 세 프로토콜은 각기 다른 출발점과 방법론으로 기관 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해결하고 있다.

  • 모포(Morpho): 마켓 생성과 리스크 운용을 완전히 외부화하여 ‘속도와 선택권’을 극대화하되, 분업화된 큐레이터 레이어의 품질을 검증하는 데 집중한다.

  • 아베(Aave): 통제된 거버넌스 위임과 V4의 허브 앤 스포크 아키텍처를 결합하여, ‘자본 효율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안정성을 지키는 하이브리드 노선을 취한다.

  • 오일러(Euler): EVK와 EVC를 통해 자산별 독립성과 크로스 담보의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멀티 스트래티지 구조 안에서 최적의 ‘리스크 균형’을 모색한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해결 방식은 상이하지만, 기초 실행 인프라와 리스크 판단 레이어를 구조적으로 분리하고 자산별 맞춤형 위험 조건을 설계한다는 방향성으로 수렴하고 있다.

 

5. 결론

 

전통 자본시장에서 프라임 브로커리지(Prime Brokerage)는 헤지펀드의 거래, 수탁, 결제, 레버리지, 리스크 관리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리저브 프라이머리 펀드의 뱅크런 사태는 각각 리스크를 극명하게 드러냈고, 이후 시장은 수탁, 담보, 유동성 관리 및 역할 분리에 더욱 민감해졌다.

 

반면 DeFi 생태계는 이와 유사한 구조적 방향성과 문제의식에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도달했다. 이처럼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코드가 제도보다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초기 공유 리스크 구조가 거버넌스 병목을 경험하고, 예기치 못한 익스포저와 부실 자산 전파 리스크를 겪은 뒤, 모포, 아베, 오일러 등이 리스크 격리와 운용 분리 구조를 온체인에 구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매우 짧았다. DeFi 시장은 실제 자본의 손실과 아키텍처의 재건을 반복하며 압축적으로 학습해 온 셈이다.

 

전통 금융의 역사에서도 프라임 브로커리지 같은 인프라의 성숙은 헤지펀드 산업 성장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였다. 2008년 이후 헤지펀드 전체 운용자산(AUM)은 인프라의 안정화와 함께 기관 자금 유입 등이 맞물리며 $2조에 육박했다. 나아가 2015년부터 2025년 사이에만 $1.4조에서 $4.5조 규모로 급성장했다. 인프라가 성숙하자 그 위의 운용 레이어에서 본격적인 전략 및 리스크 관리 경쟁이 시작됐고, 탁월한 역량을 증명한 운용사들이 시장의 자본을 흡수했다.

 

온체인 대출 시장도 유사한 전환점에 진입하고 있다. 모포, 아베 V4, 오일러 V2가 모두 리스크 격리와 운용 분리라는 거대한 방향성으로 수렴하고 있는 지금, 이제 시장의 핵심은 그 위에서 펼쳐질 ‘운용 레이어의 경쟁’이다.

 

현재 온체인 큐레이션 볼트의 총 운용자산은 약 $74억 수준이다. 헤지펀드 산업이 인프라 정비 이후 큰 폭으로 성장한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온체인 신용 시장은 거대한 성장의 초입에 서 있는 것과 같다.

 

과거 전통 금융에서 프라임 브로커리지 인프라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시장을 과점했고, 헤지펀드가 이 인프라에 접근하려면 그들의 조건을 전적으로 수용해야 했다. 하지만 온체인 인프라는 다르다. 모포나 오일러 위에서 마켓을 여는 데 어떤 기관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다.

 

인프라의 독점이 깨진 만큼, 온체인 운용 레이어에서의 경쟁은 전통 금융보다 더 개방적이고 빠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전통 금융에서는 브릿지워터(Bridgewater), 밀레니엄(Millennium), 시타델(Citadel) 같은 헤지펀드 플랫폼이나 블랙스톤(Blackstone), 아폴로(Apollo) 같은 대체투자 운용사가 운용 역량과 인프라 접근성을 바탕으로 대규모 자본을 끌어당겼다.

 

이제 온체인에서도 담보 심사, 리스크 설계, 기관 규제 대응, 그리고 트랙레코드 구축 역량을 갖춘 주체라면, 전통 금융보다 낮은 인프라 장벽 위에서 새로운 신용 시장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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