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이용자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직후 발생한 전산장애로 손해를 봤다며 운영사 두나무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주문 체결 경위와 당시 시장 상황을 종합해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3단독 정선희 판사는 지난 12일 이용자 조모씨가 두나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번 판단은 전산장애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거래소의 법적 책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조씨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51분부터 57분 사이 리플 코인 4만3천551개를 현재가로 전량 매도하는 주문을 6차례 냈다. 그는 첫 주문 당시 시세가 3천원대였지만 이후 화면이 검게 변하는 등 전산장애가 발생했고, 거래가 지연된 끝에 1천727원에 매도 주문이 체결돼 5천544만여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 장애가 발생한 상태에서 마우스를 여러 차례 클릭했을 뿐인데, 약 2시간 뒤 화면이 복구된 뒤 확인해 보니 원치 않는 가격에 주문이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은 당시 시장이 극도로 혼란스러웠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 매도 주문이 한꺼번에 몰린 상황을 고려하면, 첫 주문이 곧바로 3천원대 현재가로 체결됐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현재가 전액 매도 주문이 시간차를 두고 6차례 반복된 점을 근거로, 이 거래가 조씨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결국 손해 발생과 전산장애 사이의 인과관계, 그리고 거래소 측의 책임을 인정할 만큼의 입증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두나무의 사전 예견 가능성도 제한적으로 해석했다. 비상계엄 선포라는 돌발적 사건이나 그에 따른 주문 폭증은 거래소가 미리 예상하기 어려웠고, 이런 사정만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자로서의 관리의무를 위반했거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가상자산 시장은 전통 금융시장보다 가격 변동과 주문 집중이 훨씬 급격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판결은 이런 특수한 시장 환경에서 플랫폼 책임의 범위를 법원이 비교적 엄격하게 본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가상자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둘러싼 분쟁에서 이용자 측이 주문 내역, 체결 과정, 시스템 장애와 손실 사이의 직접적 연결고리를 더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