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2026년 2분기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을 올리고도 29일 주가가 장중 20% 가까이 급락했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시장 전망치를 밑돈 데다 AI 반도체 밸류에이션 부담과 중국 D램 추격 우려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이날 2분기 잠정 실적에서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 순이익 93조922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6.8%, 영업이익은 557.2% 늘었다. AI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 수요와 가격 상승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영업이익률은 76%로 직전 분기보다 4.8%포인트 상승했다. TSMC($TSM)의 2분기 영업이익률 60.3%를 웃도는 수준이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131조8950억원, 영업이익은 98조1529억원으로 집계됐고, 반기 매출이 1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이익이 영업이익을 크게 웃돈 점도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2분기 순이익률은 118%에 달했다. 기타 영업외수익으로 반영된 투자자산 관련 손익 63조2700억원이 영향을 줬고, 본업 이익에 투자자산 평가손익이 더해진 구조다.
문제는 높아진 컨센서스였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SK하이닉스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63조5526억원이었다. 실제 영업이익은 이보다 4.7% 낮았다. 일부 시장 전망은 매출 84조원, 영업이익 64조원 수준까지 올라가 있었다.
주가 반응은 거셌다. SK하이닉스는 정규장 개장 전 시간외 거래에서 7% 밀렸고, 장중 한때 20% 가까이 하락했다. 오후 2시 24분에는 10.65% 내린 138만5000원까지 밀렸고, 종가는 9.6% 하락한 140만1000원 안팎으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장중 11.14% 급락한 5352.64를 기록하며 6000선을 밑돌았다. 코스피와 코스닥에는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두 시장이 2거래일 연속 서킷브레이커에 걸린 것은 처음이다. 합산 시가총액은 27일 5958조8498억원에서 이날 5037조8349억원으로 줄어 이틀 새 921조149억원이 사라졌다.
해외 반도체주도 약세를 보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49% 하락했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U)는 8.85%, AMD($AMD)는 8.15%, 웨스턴디지털($WDC)은 6.91% 떨어졌다. 앞서 실적 발표 전부터 반도체 업종 불확실성이 커졌던 흐름이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뒤 더 확대된 셈이다.
중국 변수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27일 상장 첫날 472% 급등했다.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자체 개발 소식도 겹치며 D램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추격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다만 CXMT의 공모가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80배에 달해 기대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가도 눈높이를 낮췄다. 미래에셋증권은 29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2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33% 낮췄다. 최근 주가 조정이 기초체력에 비해 과격하다고 보면서도, CXMT 상장과 업종 전반의 주가 하락을 반영했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진입 장벽을 강조했다. 회사는 컨퍼런스콜에서 양산 수율, 품질, 안정적 공급 능력이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주력 제품인 HBM3E는 CXMT가 내년 이후 본격 양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6세대 HBM4 공급과 7세대 HBM4E 샘플 출하 단계에 들어섰다.
하반기에는 HBM4 물량 확대와 1c 나노미터 기반 일반 D램 출하가 관건이다. 회사는 하반기 비트그로스가 상반기를 웃돌 것으로 봤다. 제품 구성 개선이 평균판매가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이번 급락은 실적 부진보다 기대치와 밸류에이션의 충돌에 가깝다. 영업이익이 557.2% 늘어도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 주가는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하반기 HBM4 출하와 AI 인프라 투자 흐름이 시장의 다음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 시장 해석
이번 급락은 실적의 절대 규모보다 높아진 시장 기대와 밸류에이션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한 사례로 풀이된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컨센서스를 밑돌면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부상과 해외 반도체주 약세도 업종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 전략 포인트
향후 흐름을 볼 때는 SK하이닉스의 HBM4 출하 확대, 1c 나노미터 D램 출하, 하반기 비트그로스가 실제로 회사 설명처럼 이어지는지가 핵심이다. 실적 발표 때는 매출·영업이익의 증가율뿐 아니라 시장 컨센서스와의 차이, 투자자산 손익처럼 일회성 또는 비영업 요인이 함께 확인될 필요가 있다.
📘 용어정리
- 컨센서스: 증권사와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한 기업 실적 전망치의 평균 또는 중간값을 뜻한다.
- 고대역폭메모리(HBM): AI 서버와 고성능 연산에 쓰이는 고성능 메모리로,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이 중요한 제품군이다.
- 비트그로스: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 증가율을 저장 용량 기준으로 나타낸 지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