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가계대출 증가를 명목 경제성장률의 절반 수준으로 억제하고, 대신 기업과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과 맥을 같이하며, 은행권이 가계부채 관리에 더욱 엄격한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 수장들은 1월 4일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대체로 2%대로 유지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4%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를 하회하는 수준으로 대출 관리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대출 증가율을 억제하려는 배경에는 가계부채 누증에 따른 금융 불안정 우려가 깔려 있다.
회장들은 또한 실수요 목적 대출은 위축되지 않도록 선별적 지원 방침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실거주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이나 서민·취약계층의 정책금융 등 필수적인 대출은 계속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차주의 상환 능력을 보다 정밀하게 따지는 심사 체계를 강화하고, 자금이 일부 분야로 몰리는 쏠림 현상을 줄이겠다는 전략도 제시됐다.
이 같은 대출 억제 기조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올해 서울 집값이 작년보다 상승 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전반적으로 1∼5% 수준의 소폭 오름세를 전망하면서, 강력한 상승장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금리가 급격히 올라가 대출금리가 다시 급등할 경우, 주택시장 전반이 역성장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 금융권은 인공지능 기술(AI)의 적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여신 심사 자동화나 고객 응대 고도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업무 효율성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다. 각 지주사는 AI를 단순한 유행이 아닌 전기·인터넷처럼 필연적으로 자리 잡을 기술로 보고 있으며, 올해부터 그룹 단위의 전면적인 AI 전환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포용적 금융' 확대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우려도 제기됐다. 고위험 자산 중심의 자금 운용이 많아질 경우 대손충당금 부담이 커지고, 그 비용이 일반 고객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또한, 생산적 금융 자산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금융기관이 정책 목표에 부합하면서도 고유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균형 잡힌 가이드라인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가계부채 억제와 산업금융 강화라는 두 축의 균형을 잡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향후 금리 변동, 경기 여건, 정부의 추가 대책 등에 따라 금융기관의 전략도 보다 정교하게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