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다시 5%대 하단에 진입하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거나 투자에 나서는 가계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 유가와 물가가 다시 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시장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먼저 반영했고, 그 결과 은행 대출의 기준이 되는 채권 금리가 오르면서 실제 대출 금리도 함께 높아지는 흐름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번 주부터 주택담보대출 주기형·혼합형 금리를 5년물 금융채 금리 상승 폭인 0.10%포인트만큼 올렸다. 이에 따라 혼합형 고정금리 하단은 연 5.07%가 됐다.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하단이 5%를 넘은 것은 2022년 10월 말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당시 한국은행은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 2022년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씩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했는데, 지금 대출 금리 수준이 다시 그 시기와 비슷한 구간으로 올라온 셈이다. 더 주목할 대목은 당시 기준금리가 연 3.00%였던 반면 현재 기준금리는 연 2.50%라는 점이다. 현재 시장금리가 공식 기준금리보다 앞서 향후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같은 흐름은 일부 은행만의 현상이 아니다. 5대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월 2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고정금리는 연 4.53∼7.13%로 집계됐다. 중동 전쟁 불확실성이 특히 컸던 3월 27일의 연 4.41∼7.01%와 비교하면 두 달이 채 안 되는 사이 상단과 하단이 각각 0.12%포인트씩 올랐다. 배경에는 고정금리의 핵심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 상승이 있다. 같은 기간 이 금리는 4.12%에서 4.24%로 높아졌다. 한 시중은행 내부 집계에서는 금리 상단이 이미 2022년 10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서는 채권 금리가 하루 단위로 출렁일 만큼 변동성이 커졌다고 설명한다.
주택담보대출만 오른 것이 아니다. 신용대출 금리도 1등급·1년 만기 기준 연 4.10∼5.74%로, 두 달 전보다 하단은 0.25%포인트, 상단은 0.2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0.13%포인트 오른 영향이 크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올라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 역시 연 3.63∼6.03%로 상·하단이 각각 0.02%포인트씩 높아졌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가리지 않고 전반적인 차입 비용이 높아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개인의 차입 수요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5대 은행의 5월 21일 기준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1조2천822억원으로, 지난달 말 39조7천877억원보다 약 1조5천억원 늘었다. 통상 마이너스통장은 생활자금뿐 아니라 단기 투자 자금 통로로도 쓰이는데, 최근에는 주식시장 강세를 기대한 개인 투자 수요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기대수익이 조금만 흔들려도 이자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주택 매수와 투자 모두 신중론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며, 과도한 영끌이나 빚투의 위험성도 한층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