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억유로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한국의 대외 신인도와 해외 자금 조달 여건이 다시 한 번 양호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재정경제부는 9일 3년 만기 7억유로, 7년 만기 10억유로 등 모두 17억유로 규모의 유로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은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거나 대외 신인도를 점검하는 성격으로 해외 시장에서 발행하는 채권이다. 이번 발행 규모는 지난해 기록한 유로화 표시 외평채 최대 발행액 14억유로를 넘어선 수준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금리 조건이다. 유로화 채권의 지표금리 대비 가산금리(기준이 되는 금리에 추가로 얹는 금리)는 3년물이 0.1%포인트, 7년물이 0.28%포인트로 정해졌다. 이는 같은 만기의 유로화 표시 외평채 가운데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3년물 0.25%포인트, 7년물 0.52%포인트에 발행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한 셈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자 부담을 줄이면서 필요한 외화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는 이번 성과의 배경으로 국제 투자자들의 평가 개선을 들고 있다. 애초 제시했던 가산금리는 3년물 0.14%포인트, 7년물 0.32%포인트였지만, 해외 투자설명 과정에서 인공지능 3대 강국 도약 전략,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자본시장 선진화 같은 성장 정책을 적극 설명한 뒤 더 낮은 수준으로 조건을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주요 선진국과 국제기구, 우량 공공부문 발행기관의 비슷한 만기 채권과 비교해도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며,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한층 단단해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발행으로 정부는 올해 외평채 발행 계획도 사실상 대부분 채웠다. 정부는 앞서 2월 30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했고, 여기에 이번 17억유로 발행을 더하면서 올해 한도인 50억달러를 거의 소진했다. 다만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외평채가 약 11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운용 측면에서는 39억달러가량의 여유가 생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한국이 해외 채권시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향후에는 유럽 금리 흐름과 글로벌 투자심리 변화가 조달 비용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