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불안이 아시아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수급의 병목을 드러내면서 일본과 인도 등 주요 수입국의 조달 전략이 비축과 대체 공급선 확보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포천은 28일 호르무즈 해협 충격 이후 아시아 각국이 수입선 다변화와 비상 조달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친환경 기술 확산에도 세계 경제가 여전히 원유와 가스 공급망에 크게 묶여 있다는 점이 이번 사안의 핵심으로 풀이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석유제품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고, 이 물량의 80%가 아시아로 향했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LNG 수출의 각각 93%, 96%도 이 해협을 지난다. 이는 전 세계 LNG 무역의 약 19%에 해당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상 통로다. 중동 산유국의 원유와 카타르·UAE의 LNG가 아시아로 이동하는 핵심 길목이어서 통항 차질은 곧바로 정유사, 발전사, 도시가스 수급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회로를 넓히기도 쉽지 않다. IEA는 호르무즈를 우회할 수 있는 원유 파이프라인 여유 용량을 하루 350만~550만 배럴로 봤다. LNG는 사실상 대체 경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처럼 LNG 수입 비중이 큰 북동아시아 국가는 가격과 물량 부담을 동시에 떠안을 수 있는 구조다.
일본은 비축과 대체 조달을 전면에 세웠다. 일본 총리실은 6월 11일 회의에서 미국, 중남미, 아시아·태평양,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캐나다 등에서 대체 조달을 넓혔다고 밝혔다. 6월 물량의 약 80%를 확보했고 7월에는 전년 수준 회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6월 16일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상황과 무관하게 7월 원유 대체 조달이 전년 동월 대비 약 100% 수준까지 회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비축을 활용하면 2028년 3월 말까지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내놨다.
인도는 호르무즈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인도 석유·천연가스부는 3월 12일 의회 보고에서 과거 원유 수입의 약 45%가 호르무즈를 지났지만 비호르무즈 조달 비중이 약 70%로 늘었다고 밝혔다. 미국, 노르웨이, 캐나다, 알제리, 러시아 등으로 LPG 조달처도 넓혔다고 설명했다.
이는 본지가 앞서 보도한 인도 정유사들의 대체 조달 확대 흐름과도 이어진다. 인도 정유사들이 호르무즈 밖 조달을 넓히고 있다는 본지 보도 이후 해협 리스크는 단기 운임 문제가 아니라 수입국의 공급망 설계 문제로 번지고 있다.
가격도 해협 리스크를 반영했다. 로이터는 28일 브렌트유가 배럴당 89.45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83.31달러에서 움직였고 두 유종 모두 주간 하락을 앞뒀다고 전했다. 26일에는 이란과 오만의 호르무즈 통항 논의 진전으로 브렌트유와 WTI가 각각 2% 넘게 내렸다.
다만 해협 재개를 둘러싼 논의는 완전 정상화로 단정하기 어렵다. 로이터는 이란과 오만이 해협 관리 합의 세부를 조율 중이며 미국의 추가 조건도 남아 있다고 전했다. 시장이 전면 봉쇄와 전면 정상화 사이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이다.
LNG 시장의 긴장은 더 뚜렷하다. 일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는 8월 24일 기준 북동아시아 JKM 현물가격이 MBtu당 23달러대 후반까지 올랐다고 집계했다. 8월 초에는 중동 긴장 완화와 약한 현물 수요로 한때 19달러대 중반까지 내려갔지만, 호르무즈를 둘러싼 지정학적 우려가 다시 가격에 반영됐다.
JKM은 일본·한국 등 북동아시아 LNG 현물 거래에서 기준 가격으로 쓰이는 지표다. LNG는 장기 계약 비중이 크지만, 계절 수요나 돌발 공급 차질이 생기면 현물 가격이 수입국의 추가 조달 비용을 가늠하는 신호가 된다.
이번 흐름은 단기 조달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 기준의 변화를 보여준다. 호르무즈 통항이 줄고 일부 선적이 재개됐다는 본지 보도 이후에도 시장은 완전 봉쇄와 완전 정상화 사이에서 움직였다. 아시아 각국은 필요할 때 받는 공급망보다 막힐 때 버티는 공급망을 우선순위에 올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