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 투자금의 절대 다수가 여전히 캘리포니아로 향하면서, 이 지역의 기술 주도권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미국 벤처 투자금 가운데 무려 68%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으로 흘러들었으며, 이는 과거 절반 수준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다. 특히 소프트뱅크가 오픈AI(OpenAI)에 투자한 사상 최대 규모의 400억 달러(약 57조 6,000억 원) 자금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올해 상반기 캘리포니아 기반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총 자금은 약 945억 달러(약 135조 9,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팬데믹 초기 벤처 붐이 절정이던 2021년 상반기의 기록을 웃도는 수준이다. 단일 거래였던 오픈AI 투자 라운드가 총 규모의 약 40%를 차지하긴 했지만, 캘리포니아 투자 집중 현상은 단발적인 특이 현상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오픈AI 외에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유니콘들이 줄을 이었다. 대표적으로 AI 데이터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케일 AI(Scale AI)는 메타(Meta)의 주도로 143억 달러(약 20조 6,000억 원)를 조달하며 290억 달러(약 41조 7,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끄는 생성형 AI 기업 xAI 또한 주식과 채권을 절반씩 섞어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를 확보했고, 국방 기술 스타트업 앤두릴 인더스트리즈(Anduril Industries)는 파운더스 펀드로부터 25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를 끌어모아 기업 가치를 305억 달러(약 43조 9,000억 원)로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오픈AI 전 최고기술책임자(CTO) 미라 무라티(Mira Murati)가 새롭게 설립한 싱크킹 머신즈 랩(Thinking Machines Lab)은 안드리센 호로위츠 주도로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100억 달러의 기업 가치에 도달했다. 이는 시드 단계 투자로는 이례적인 규모다.
투자금이 집중된 섹터 또한 AI다. 북부 캘리포니아, 특히 실리콘밸리 일대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인공지능 벤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 내 AI 스타트업 펀딩의 상당수를 이끌고 있다.
이번 투자 흐름의 중심에 서 있는 캘리포니아가 단순한 ‘우연’을 반복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애플(AAPL), 엔비디아(NVDA) 등 세계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 대부분이 이곳 출신이고, 스페이스X부터 스트라이프, 데이터브릭스, 앤스로픽 등 주요 유니콘들 역시 모두 캘리포니아 기반이다. 실험적 아이디어가 기술 장벽을 뛰어넘어 전 세계 산업구조를 바꾸는 데 성공해온 경로는 여전히 이곳에서 형성되고 있다.
생성형 AI와 자율 에이전트의 잠재력이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향후 기술 대전환의 쟁점 또한 과거와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벤처 투자자들의 중론이다. 혁신의 속도는 가속 중이며, 자본은 이를 따라 캘리포니아로 집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