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을 겪어본 사람은 안다. 공포는 진짜다. 그러나 공포가 곧 사실은 아니다. 심장은 터질 듯 뛰고 숨은 막히지만, 그 공포가 반드시 현실의 재앙을 뜻하지는 않는다. 공황은 아직 오지 않은 재앙을 몸이 먼저 겪는 일이다.
지금 비트코인 시장이 그렇다.
비트코인은 현재 5만8000달러 후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12만6210달러의 사상 최고가와 비교하면 약 53% 빠진 수준이다. 반 토막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고통스럽다. 그러나 가격의 붕괴가 곧 서사의 붕괴를 뜻하지는 않는다. 시장이 지금 겪는 것은 가격 하락인 동시에 감정의 과잉이다.
곡소리는 시장을 덮었다. 암호화폐만의 일이 아니다. AI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기술주가 흔들리고, 위험자산 전반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투자자들은 한꺼번에 아픈 소리를 낸다. 그러나 곡소리의 크기가 곧 위험의 크기는 아니다. 지금 시장이 느끼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감정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공포를 오늘의 계좌에 미리 청구하고 있을 뿐이다.
늘 이럴 때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 목소리 큰 분석가들의 논조도 신기할 만큼 비슷해진다. 이번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논리는 이것이다. 기관이 들어오면서 비트코인은 더 이상 4년 사이클을 따르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일리가 전혀 없는 말은 아니다. 기관화는 현실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이제 시장 가격을 움직이는 주요 통로가 됐다. 상장기업과 정부도 비트코인을 재무자산으로 보유하기 시작했다. CoinGecko가 추적하는 상장기업과 정부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현재 188개 기관, 총 190만55 BTC다. 이는 비트코인 전체 공급량의 9.05%에 해당한다.
Strategy 한 곳만 해도 84만7363 BTC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도 각각 32만9693 BTC, 19만 BTC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 정도면 “기관은 아직 아무 영향도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비트코인은 이미 개인 투자자만의 시장이 아니다.
그러나 이 숫자는 동시에 다른 사실도 말해준다. 기관과 정부의 존재감은 커졌지만, 전체 비트코인의 대부분은 여전히 그 밖의 시장에 남아 있다. 공개적으로 식별 가능한 보유 주체를 기준으로 보면 기관 비중이 커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전체 공급량 기준으로 보면 상장기업과 정부 보유분은 9% 수준이다. 시장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말은 가능하다. 그러나 시장 전체가 기관의 손으로 넘어갔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비트코인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오래 들고 버텨온 개인, 초기 투자자, 장기 보유자들의 손에 있다. 이들이 만들어온 축적과 분산, 공포와 탐욕의 리듬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사이클이 끝났다고 말하려면 사이클을 만들어온 주체가 사라졌다는 증거가 먼저 있어야 한다. 아직 그 증거는 없다.
과거를 보자. 비트코인은 매 사이클마다 죽었다가 살아났다. 2011년에는 고점 대비 약 93%, 2013~2015년에는 약 85%, 2017~2018년에는 약 84%, 2021~2022년에는 약 77% 하락했다. 낙폭은 참혹했다. 그러나 시장이 커질수록 하락의 깊이는 조금씩 얕아지는 경향도 보였다. 이번 하락이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번에는 끝났다”고 단정하기에는 과거의 기록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뜻이다.
물론 사이클이 이번에도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표본은 많지 않다. 기관화가 시장의 성격을 바꿨을 가능성도 진지하게 봐야 한다. ETF 자금 유출은 가격 하락을 키울 수 있고, 금리와 달러 유동성, 기술주 조정은 비트코인의 방향을 더 크게 흔들 수 있다. 비트코인은 이제 고립된 디지털 실험이 아니라 글로벌 위험자산의 한 축이 됐다. 순진한 낙관은 위험하다.
그러나 비관도 검증받아야 한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은 상승장에서도 위험하고, 하락장에서도 위험하다. 상승장에서 그 말은 탐욕의 변명이 되고, 하락장에서는 공포의 핑계가 된다. 사이클이 반드시 반복된다고 단정할 수 없듯, 사이클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더 멀리 보자. 비트코인은 아직 작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1조1000억~1조2000억 달러 수준이다. 금 시장, 글로벌 주식시장, 채권시장, 부동산 시장과 비교하면 아직 작은 자산이다. 작다는 것이 오른다는 보장은 아니다. 그러나 작다는 것은 적어도 성장의 종말을 말하기 어렵게 만든다. 침투율이 아직 제한적인 자산을 두고 성숙의 끝을 선언하는 것은 성급하다.
기술적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의 하락을 큰 조정 국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마지막 상승에 앞서 바닥을 다지는 구간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늘 주관적이다. 지나고 보면 선명하지만, 진행 중에는 사람마다 그림이 다르다. 맹신할 것은 못 된다. 사설의 근거가 차트 위에만 서서는 안 된다. 다만 조정이 상승의 반대말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강한 상승은 대개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조정의 끝에서 시작됐다.
우리는 투자를 권하지 않는다. 방향을 찍어주지도 않는다. 그것은 본지의 일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예측이 아니라 분리다. 공포라는 감정과 가격이라는 사실을 분리하는 일이다.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래서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결론은 감정이다.
각자 스스로 리서치하고,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레버리지는 조심해야 한다. 하락장은 공포를 키우지만, 과도한 레버리지는 그 공포를 현실로 만든다. 계좌가 청산되면 철학도, 장기 전망도, 거시 논리도 소용없다. 시장은 기다려주지만, 증거금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공황은 지나간다. 늘 그랬다. 곡소리가 가장 클 때가 언제나 바닥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그때마다 시장은 가격보다 감정에 더 크게 휘둘렸다. 바닥은 박수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개 비명 속에서 만들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