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 이어 경찰청까지 압수·압류 가상자산을 ‘민간 커스터디’에 맡기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연이은 가상자산 유출·분실 사고를 계기로 공공기관의 직접 관리 한계를 보완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경찰청, 압수 가상자산 위탁 보관 사업 재추진
경찰청은 6월 9일 ‘압수 가상자산 보관·관리’ 사업 입찰 공고를 내고 민간 수탁사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사업 규모는 2억6700만 원으로, 기존 8300만 원 수준에서 세 차례 유찰을 거친 뒤 예산을 대폭 늘려 재공고한 것이다. 선정된 사업자는 향후 1년간 경찰이 확보한 가상자산의 보관, 관리, 처분 업무를 맡게 된다.
입찰 참여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신고된 가상자산사업자(VASP) 가운데 ‘보관·관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사업자로 제한됐다. 제도권 내 검증된 민간 커스터디 업체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국세청은 이미 도입…KDAC 위탁 보관 시작
앞서 국세청은 4월 ‘압류 가상자산 위탁 보관 관리 운영’ 사업을 공고했고,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을 사업자로 선정해 이달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이는 정부 기관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민간 커스터디에 맡기는 첫 사례로, 본격 도입에 앞선 ‘시범 운영’ 성격이 강하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2024년 4월 기준 중앙정부가 보유한 압수·압류 가상자산은 약 780억 원 규모다. 기관별로는 국세청 521억 원, 검찰청 234억 원, 경찰청 22억 원, 관세청 3억 원 순이다. 이 자산들은 몰수나 환부 등 최종 처분 전까지 각 기관이 직접 관리 책임을 진다.
잇따른 사고…‘직접 관리’ 한계 드러나
민간 커스터디 수요 확대의 배경에는 반복된 보안 사고가 있다. 검찰청에서는 320 비트코인(BTC)이 피싱으로 탈취됐고, 경찰청은 USB에 보관하던 22 비트코인(BTC)을 분실한 사례가 있었다. 국세청 역시 복구 구문 노출로 PRTG 토큰이 탈취되는 사고를 겪었다.
이들 사례는 개인키나 복구 구문이 노출될 경우 자산 통제권이 즉시 무너질 수 있다는 ‘직접 보관’ 방식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단순 콜드월렛이나 외장 저장장치에 의존하는 관리 방식으로는 수백억 원 규모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제도 정비…공공 커스터디 체계 도입
정부는 4월 ‘공공분야 가상자산 보유·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취득, 보관, 점검, 사고 대응 전 과정을 표준화했다. 특히 기관이 직접 지갑을 운영하는 방식뿐 아니라 민간 수탁사가 개설한 ‘기관 명의 지갑’을 활용하는 방식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또 민간 커스터디 업체가 자산 전송 지원, 보관·관리, 정기 실재성 점검 및 보고 역할을 수행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사실상 공공 영역에서도 전문 커스터디 서비스를 활용하는 구조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수탁 시장 확대 신호…다른 기관으로 확산 전망
업계는 이번 국세청과 경찰청 사례를 시작으로 검찰청, 관세청 등 다른 기관으로도 공공 커스터디 수요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압수·압류 가상자산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내부 관리 리스크를 줄이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외주화가 아니라, 공공기관의 가상자산 관리 방식을 ‘전문 수탁 체계’로 전환하는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향후 민간 커스터디 시장 성장과 함께 공공 자산 관리 기준도 한층 정교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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