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스트레티지, 비트코인 58만 개 매집…‘FTX 전초전’ 우려 확산

| 손정환 기자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가 비트코인(BTC) 매집을 가속화하며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사건 수사 배후에 있었던 FTX의 몰락과 유사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며, 이들의 공격적 투자 전략이 시장 전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특히 트위터에서 활동 중인 분석가 CHAIN MIND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전략을 ‘시간이 지나면 폭발할 시한폭탄’에 비유하며 논쟁에 불을 지폈다.

현재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58만 2,000개의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며, 시가로는 약 620억 달러(약 86조 1,800억 원)에 달한다. 전체 발행량의 2.77%를 한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시가총액이 세계 최고 수준인 자산에 대해 단일 기관이 이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문제는 해당 자산이 자체 실적에서 창출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주식 발행과 부채 조달을 통해 비트코인을 사들인다*는 순환 구조라는 점이다. CHAIN MIND는 “이들은 주식을 발행하거나 대출을 받아 비트코인을 추가 구매하고, 이를 시장에 발표해 주가 상승을 유도한 다음 다시 자금을 끌어오는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5년 들어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13만 3,850 BTC를 추가적으로 확보했으며, 5월 한 달 동안만 2만 6,695 BTC를 사들였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 규모의 또 다른 주식 매각을 예고하면서 기존 주주의 가치 희석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결정타를 가한 것은 새롭게 적용된 회계 규정이다. 해당 규정은 기업이 보유 중인 디지털 자산의 평가 손실을 ‘미실현 손실’로 실적에 반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2025년 1분기에만 59억 달러(약 8조 2,010억 원)의 미실현 손실을 인정해야 했고, 이는 즉각 집단 소송으로 이어졌다.

시장 분석가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평균매입단가인 7만 달러 이하로 떨어질 경우, 이 회사가 심각한 재정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는 비트코인이 이 가격의 22% 이하로 하락하면,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대규모 청산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기업 리스크를 넘어 비트코인 가격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현재 상장사들이 보유한 전체 비트코인 규모는 약 764,070 BTC로 추산되며, 이 중 약 71%에 해당하는 58만 2,000 BTC를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마라톤 디지털(Marathon Digital)이나 라이엇 플랫폼(Riot Platforms) 등 경쟁사들이 나눠 보유하고 있지만, 비중은 현저히 낮다.

CHAIN MIND는 이 상황을 정리하며 “당신이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 운명은 이제 마이크로스트레티지와 연결돼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경각심을 당부했다. 시장은 현재 이들의 BTC 매입이 ‘강세장 엔진’인지, 아니면 ‘FTX 사태의 전초전’인지에 대한 논쟁 속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