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간의 법정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근 리플은 법원에 ‘합의 가능성’을 묻는 공동 요청서를 제출하며, 판결을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리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실질적 진전이 없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XRP 가격은 하루 만에 7% 급락하면서 향후 시장 방향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에 제출된 서한에서 리플은, 법원이 현재 판결의 핵심인 '법을 준수하라'는 명령을 제외하더라도 회사가 여전히 증권법을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명령 유무와 무관하게 기존 법률을 계속해서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합의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제스처로 풀이되지만, 결정적 전환점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SEC 전 고문인 마크 파겔(Marc Fagel)은 이번 서한이 기존에 제출된 자료에 본질적인 내용을 추가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의 평에 따르면, 이번 제출은 암호화폐 커뮤니티 내의 회의적인 반응에 답하기 위한 '강조용'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파겔은 "이전 제출 문서에서 벗어나는 실질적 내용은 없으며, 일종의 온라인 논란 대응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XRP는 극심한 가격 조정을 겪고 있다. 6월 16일 2.31달러(약 3,211원)까지 올랐던 가격은 거래일 기준 하루 만에 2.15달러(약 2,989원)로 하락하며 7% 이상 빠졌다. 지난 5월 29일 이후 XRP는 2.27~2.30달러 저항선을 다섯 차례나 넘지 못한 채 계속 눌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특별히 주목하는 부분은 이번 법원 제출이 향후 잠재적 합의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하지만 전문가 의견과 시장 반응을 종합하면, 이번 요청이 실체적 변화보다는 여론전을 의식한 전략이라는 시각이 많다. 과연 이번 움직임이 수년 간 이어진 리플-SEC 소송의 종지부를 찍을 단초가 될 수 있을지, 향후 법원의 반응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