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 스테이블코인 62% 급증…국내 시장 ‘달러 디커플링’ 본격화

| 손정환 기자

환율 급등에 안정화폐 거래 급증…한국 시장 ‘달러 디커플링’ 가속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테더(USDT) 등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이 단숨에 6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거래소들은 거래 수수료 면제와 보상 지급 등 파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며 스테이블코인 유입 확대에 나섰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돌파한 수요일, 국내 주요 원화 기반 5대 거래소에서 테더 거래량이 3,782억 원(약 2억 6,1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고 더코리아타임스는 크립토퀀트(CryptoQuant)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전주 대비 약 62% 증가한 수치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고팍스, 코빗 등 주요 거래소들은 거래 수수료를 면제하고, USD 코인(USDC), USDe 보유자에게 리워드를 제공하는 등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 개입에 은행들 ‘달러 예금 금리’ 전격 인하

한편 정부는 원화 가치 방어에 나서며 시중 은행들의 외화 예금 유입 억제에 적극 나섰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30일부터 달러 예금 연이율을 기존 1.5%에서 0.1%로 내리고, 하나은행도 외화 계좌 상품의 금리를 2%에서 0.05%로 낮췄다.

이는 금융당국이 은행 고위 관계자들을 불러 외화예금 유치 마케팅 자제를 강력히 요청한 직후 이뤄진 조치다. 은행들은 이에 대응해 원화 전환 시 우대 환율을 제공하고, 이후 원화 정기예금 가입 시 추가 금리를 얹어주는 등 자금 회귀 유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1월 22일 기준 632억 5,000만 달러(약 92조 1,096억 원)로 전달보다 3.8% 감소했다. 특히 기업 보유분이 498억 3,000만 달러(약 72조 4,977억 원)로 크게 줄어, 당국의 달러 현물 매도 권고가 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언급에 원화 반등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환율이 1~2개월 내 1,40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발언 직후 환율은 즉시 1,481.4원에서 1,467.7원으로 하락했으며, 시장은 대통령의 이례적인 목표제시를 강력한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직접 환율 목표와 시점을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는 최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원화 약세는 한국 펀더멘털과 어긋난다”는 발언보다도 더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약 2% 하락해 아시아 최약체 통화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투자자 행태 변화…달러→원화 전환 급증

시장 반응도 빠르다. 1월 1일부터 22일까지 하루 평균 달러→원화 환전 규모는 약 520만 달러(약 75억 7,000만 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40% 늘었다. 반면 원화→달러 전환은 1,654만 달러(약 240억 8,000만 원)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차익 실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NBC에 따르면 한국의 2023년 4분기 GDP 성장률은 1.5%로, 시장 예상치(1.9%)를 밑돌았다. 건설투자와 수출이 각각 3.9%, 2.1% 감소하며 성장률 둔화가 가시화됐다. 이 와중에도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는 24억 달러(약 3조 4,928억 원)로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암호화폐 정책은 ‘속도전’…법적 불확실성은 여전

매크로 환경이 불안정한 가운데, 한국 정부는 암호화폐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초 정부는 국내 상장 기업의 암호화폐 보유 제한을 완화하면서 9년 만에 ‘기업 코인투자 금지’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기업은 자기자본의 최대 5%까지 상위 20개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다.

국회는 토큰 증권(STO) 발행과 유통을 위한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며, 오는 2027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24시간 거래 시스템 도입을 약속했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금융위와 한국은행 간의 이견으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은 지연되고 있다.

이번 원화 약세와 스테이블코인 거래 급증 사례는 달러 자산에 대한 시장의 선호도와 정부 정책 간 줄다리기를 보여준다. 급변하는 환율과 글로벌 투자 흐름 속에서 암호화폐가 대체 자산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국내 시장은 ‘원화 유동성’과 ‘달러 유입’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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