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붕괴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로펌 펜윅앤드웨스트(Fenwick & West)가 FTX 그룹의 ‘거의 모든 불법 행위에 깊이 관여했다’는 파산 조사 결과가 공개된 가운데, 피해자들이 5억2500만 달러 규모의 연방 소송을 제기했다.
민사소송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접수됐다. 원고는 FTX 붕괴로 예금과 투자금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5개국 피해자 20명이다. 이들은 펜윅이 FTX에 ‘합법성’이라는 외피를 씌워 자금을 제때 빼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함께 이름이 오른 개인 피고는 6명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파산법원에서 선임된 조사관의 결론이다. 조사관은 20만건이 넘는 관련 문서를 검토한 뒤, 펜윅이 FTX와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기업 구조를 설계하고, 자금 흐름을 숨기기 위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으며, 불법 이전을 덮기 위한 사후 작성 계약서까지 준비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북디멘전(North Dimension Inc.) 설립이 쟁점이다. 소장에 따르면 이 델라웨어 법인은 전자제품 유통업체처럼 꾸며졌지만, 실제로는 30억 달러가 넘는 고객 자금을 빼돌리는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됐다. 또 펜윅 변호사들이 시그널(Signal) 메신저의 ‘자동 삭제’ 정책을 마련하는 데 관여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 방식이 사기 적발을 어렵게 했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에는 전 FTX 엔지니어링 책임자 니샤드 싱 역시 등장한다. 그는 사기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고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 재판에서 증언한 인물이다. 소장에 따르면 싱은 펜윅 변호사들에게 고객 자금이 유용되고 있다고 직접 알렸으며, 이후에도 로펌이 은폐 방식에 대한 조언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FTX가 파산을 신청한 뒤 펜윅이 자사 홈페이지에서 FTX 관련 내용을 조용히 삭제한 점도 소송에서 문제로 지적됐다. 펜윅은 별도 민사소송이 제기되기 전부터 기브슨 던(Gibson Dunn) 변호인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 측은 과실, 사기, 중과실 등 7개 혐의를 제기하며 5억2500만 달러 이상의 손해배상과 함께 펜윅이 FTX로부터 받은 법률 수임료 전액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타일러 뉴비(Tyler Newby)와 다니엘 프리드버그(Daniel Friedberg) 등 특정 파트너 2명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한편 뱅크먼-프리드의 형사 재판 이후 대응은 더 어려워진 모습이다. 루이스 캐플런(Lewis Kaplan) 연방판사는 지난달 그의 재심 요청을 기각하며, 새 증거 주장은 기록과 맞지 않는 ‘황당한 음모론’이라고 판단했다. 2024년 징역 25년을 선고한 캐플런 판사의 이번 발언은 FTX 사태의 책임 소재가 경영진을 넘어 법률 자문 역할까지 넓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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