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은행위원회가 가상화폐 규제 체계의 큰 틀을 담은 ‘디지털자산 시장 명확성법’을 통과시키면서, 미국 디지털 자산 시장이 제도권 편입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이 법안을 공화당 의원 전원과 민주당 의원 2명의 찬성으로 가결해 상원 본회의로 넘겼다. 이 법안은 시장에서 ‘클래러티법’으로 불리는데, 가상화폐 토큰이 증권인지 상품인지 법적 성격을 구분하고, 이에 따라 증권거래위원회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각각 어디까지 감독할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미국 가상화폐 시장은 감독 권한이 겹치거나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많았고, 업계는 이런 불확실성이 투자와 사업 확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번 법안 진전은 단순한 절차상의 통과를 넘어, 미국이 디지털 자산을 제도적으로 수용할지 가늠하는 분기점으로 받아들여진다. 법안이 최종 제정되면 시장 참여자들은 어떤 자산이 어떤 규제를 받는지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기관투자가도 보다 명확한 규칙 아래 자금을 집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규제 공백에서 비롯된 혼란은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운다.
다만 법안 처리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가상화폐 업계는 스테이블코인 보상 지급 허용을 강하게 요구했고, 반대로 미국은행가협회는 은행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관련 조항 삭제를 촉구했다. 쉽게 말해, 디지털 자산 산업은 제도권 안에서 영업 범위를 넓히려 했고, 전통 은행권은 기존 자금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셈이다. 실제로 가상화폐 업계는 2024년 선거에서 친가상화폐 성향 후보 지원에 1억1천9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하며 입법 압박을 이어왔다.
정치권 내부의 이견도 여전히 남아 있다.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 2명은 자금세탁방지 조항 강화와 정치인의 가상화폐 영리행위 금지 등이 보완되지 않으면 상원 본회의에서는 반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원 본회의 통과에는 60표가 필요하다. 하원은 이미 법안을 통과시킨 상태여서, 상원 문턱을 넘으면 양원 조율을 거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최종 발효된다. 예측시장에서는 클래러티법의 연내 통과 가능성을 73%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이 가상화폐를 무조건 억제하기보다 규칙 안으로 끌어들여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 무게중심을 옮길 가능성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