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모델 성능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그래픽처리장치(GPU), 자금 조달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형언어모델(LLM)의 성능 격차가 좁혀질수록 인프라를 더 싸게 짓고 더 오래 운용할 수 있는 기업이 우위를 갖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밋 조시(Amit Joshi) IMD 교수는 20일 오후 8시(한국시간) 게재된 포천(Fortune) 칼럼에서 AI 모델이 점차 대체 가능해지고 있으며 경쟁우위가 대차대조표와 저비용 자본에 달릴 수 있다고 짚었다. 이 글은 뉴스가 아닌 칼럼이지만, 대형 기술기업과 금융사의 최근 발표는 AI 경쟁이 자본시장 문제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엔비디아($NVDA)는 8월 10일 아폴로(Apollo), 블랙록(BlackRock), 블랙스톤(Blackstone), 브룩필드(Brookfield),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KKR과 AI 컴퓨트 인프라 금융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 플랫폼이 AI 인프라 구축에 5000억 달러(약 695조5000억원)가 넘는 제3자 자본을 동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구조는 AI 설비를 단순 장비 구매가 아니라 투자 가능한 장기 자산으로 다룬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발표문에서 “AI에서 컴퓨트는 매출”이라고 말했다. 칩 판매 기업이 고객의 설비 구매 여력까지 금융기관과 함께 묶는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앤트로픽도 비슷한 흐름에 있다. 로이터(Reuters)는 아폴로와 블랙스톤이 브로드컴(Broadcom)의 맞춤형 칩과 네트워크 솔루션을 활용하는 앤트로픽의 AI 컴퓨팅 용량 확대에 350억 달러(약 48조6850억원)를 지원한다고 전했다. 초기 약정은 1GW 규모 컴퓨팅 용량 확대이며, 해당 설비는 2026년 중반부터 Fluidstack 운영 부지에 배치되는 구조다.
AI 컴퓨트 인프라 금융 플랫폼은 GPU와 데이터센터, 전력 설비, 네트워크 장비를 장기 현금흐름이 붙는 자산처럼 묶어 외부 자본을 끌어오는 방식이다. 통상 데이터센터 투자는 초기 비용이 크고 회수 기간이 길어, 설비를 직접 사들이는 기업뿐 아니라 리스 제공자와 금융기관의 위험 평가가 함께 중요해진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실적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2026회계연도 4분기 매출 900억 달러(약 125조1900억원)를 냈고,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매출은 393억 달러(약 54조6963억원)로 32% 증가했다. 애저와 기타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은 43% 늘었다.
아마존($AMZN)은 2026년 2분기 AWS 매출이 422억 달러(약 58조7002억원)로 37%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12개월 누적 자유현금흐름은 76억 달러(약 10조5716억원) 유출로 돌아섰고, 회사는 부동산·설비 구매 증가가 주된 원인이며 이 증가분이 주로 AI 투자와 관련됐다고 설명했다.
알파벳($GOOGL)은 2026년 2분기 매출 1198억 달러(약 166조6418억원), 구글 클라우드 매출 248억 달러(약 34조4968억원)를 공개했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 증가율은 82%였다.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알파벳의 2026년 설비투자 가이던스가 1950억~2050억 달러로 상향됐고 자유현금흐름 압박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메타($META)는 같은 분기 매출 608억 달러(약 84조5728억원)를 냈다. 그러나 금융리스 원금 상환을 포함한 설비투자는 310억8000만 달러(약 43조2353억원), 자유현금흐름은 7억8400만 달러(약 1조906억원)에 그쳤다. 클라우드와 AI 매출 기대가 커지는 만큼 현금 유출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시장은 AI 지출을 성장 비용으로만 보지 않는다. 로이터는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아마존, 알파벳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리스의 미래 지급 약정으로 약 1조900억 달러(약 1516조1900억원)를 부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터센터 리스는 설비가 사용 가능해질 때까지 재무제표에 부채처럼 잡히지 않는 경우가 있어 실제 부담을 따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대편 논리도 있다. 앤디 재시(Andy Jassy) 아마존 최고경영자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앞으로 몇 년 안에 비슷한 성능의 모델이 여럿 공존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모델 선택과 가격 대비 성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설명으로, 모델 자체보다 운영비와 조달 구조가 경쟁력을 가른다는 해석과 맞닿아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 안에서도 AI 투자 속도는 감시 대상으로 떠올랐다.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뉴욕 연은 총재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현재 레버리지가 금융안정 측면에서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반면 제프 슈미드(Jeff Schmid)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AI 산업이 ‘너무 커서 실패할 수 없는’ 산업이 되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독자에게 이 변화는 AI 서비스 품질 경쟁을 넘어 자본시장, 전력, 데이터센터 산업의 문제로 이어진다. 본지도 앞서 AI 인프라 논쟁이 미국 증시와 대형 기술주의 평가 문제로 번졌다고 전한 바 있다. AI가 얼마나 많은 매출을 만들지는 기업별 실적에서 확인되고 있지만, 그 매출을 만들기 위해 묶이는 리스와 부채, 설비투자의 무게도 함께 커지고 있다.
당장 확인된 다음 단계는 대형 기술기업의 하반기 설비투자 집행과 데이터센터 리스 약정의 실제 반영이다. AI 경쟁은 모델 성능표의 순위 싸움에서 데이터센터를 누가 짓고, 누가 빌려주며, 누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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