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SK hynix·SKHY)가 2026년 2분기 영업이익률 76%를 기록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AI 메모리 경쟁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범용 D램보다 HBM과 장기공급계약(LTA)이 메모리 업계의 실적 격차를 가르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7월 29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 순이익 93조922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를 사상 최고 분기 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57%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76%로 집계됐다.
다만 이 수치는 외부 감사가 끝나기 전 잠정치다. SK하이닉스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6-K 문서에는 2분기 실적이 최종 수치와 달라질 수 있다고 적시됐다.
실적의 핵심은 HBM이다. SK하이닉스는 HBM4가 고객 요구 수준의 속도와 전력 효율, 비용 경쟁력을 확보했고 2분기부터 대량 출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약 10개 핵심 고객과 장기공급계약을 맺었고 주요 고객과 추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대역폭을 높인 메모리다. AI 서버와 고성능 연산 장비에서는 연산 칩이 처리할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공급하느냐가 병목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HBM은 단순 생산량보다 고객 칩 설계와 패키징, 공급 안정성이 더 중요하게 평가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6년 1분기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매출 기준 58% 점유율로 1위를 지켰다고 집계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각각 21%였다. 같은 자료에서 범용 D램 시장은 삼성전자가 38%, SK하이닉스가 29%로 나타났다.
범용 D램과 HBM의 경쟁 구도가 다르게 움직인 셈이다. 기존 메모리 시장에서는 생산능력과 가격 사이클이 실적을 좌우했다면, AI 메모리에서는 고객별 맞춤 공급과 장기계약이 수익 구조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엔비디아($NVDA)와 SK그룹은 7월 24일 5000억 달러(약 695조5000억원)가 넘는 AI 인프라 협력 구상을 발표했다. 이 구상에는 SK하이닉스와의 장기 메모리 공급·공동개발이 포함됐다. 첫 AI 팩토리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는 별도 발표에서 AI 팩토리용 차세대 메모리 공동 개발과 장기 기술 협력도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 협력이 AI 인프라 로드맵에 맞춘 고성능 메모리 공급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단순 메모리 공급을 넘어 AI 서버 설계와 패키징 흐름 안에서 역할 확대를 기대하는 배경으로 읽힌다.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로이터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이 LSEG 스마트에스티메이트 기준 시장 예상치 64조원에 못 미쳤고, 매출도 예상치 84조원을 밑돌았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7월 29일 9.6% 내렸다.
로이터는 일부 첨단 제품 출하 지연, AI 설비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문, 장기계약이 단기 가격 상승 여지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배경으로 짚었다. 높은 영업이익률이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시장의 눈높이가 이미 높아져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달 뒤에는 주주환원 발표 이후 주가가 반등했다. SK하이닉스는 8월 19일 이사회가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승인했고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초과 환원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8월 20일 코스피가 장중 6.30%, SK하이닉스가 12.93% 올랐다고 전했다.
이번 실적은 메모리 업황의 평가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높은 영업이익률은 HBM 수요와 가격 구조를 반영했지만, 주가 반응은 실적 자체보다 기대치와 출하 속도, 장기계약 조건, 주주환원 정책에 더 민감하게 움직였다.
HBM4 전환 국면에서 SK하이닉스는 58% 점유율로 선두를 유지했고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각각 21%를 기록했다. 경쟁사들이 HBM 공급 능력을 확대하면 고객사 확보와 패키징 역량, 계약 조건이 점유율 방어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AI 메모리 실적 경쟁에서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맞붙은 흐름에 이어, 이번 쟁점은 고마진 실적이 실제 공급 안정성과 주주환원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로 옮겨갔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발표 시점에 추가 주주환원 세부 내용을 이사회 승인 뒤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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