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실제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는 만만치 않은 현실적 장벽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복잡한 규제 체계, 지역 사회의 반발, 인력 부족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이 투자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대만의 반도체 제조업체 TSMC가 추진 중인 미국 애리조나 공장 사례를 집중 조명하며, 외국 기업이 미국 내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실행할 때 직면하는 문제들을 다각도에서 분석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TSMC는 피닉스 북서부의 사막 지대에 서울 여의도의 1.6배에 달하는 부지(약 4.65㎢)에 반도체 생산 단지를 조성 중이다. 총투자액은 약 243조 원으로, 단일 투자 규모로도 역대급이다.
하지만 이 대형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수많은 규제와 행정 절차의 벽에 가로막혔다. 미국은 연방정부는 물론 시, 주, 카운티 등 여러 단계의 행정기관이 각각 규제를 따로 운영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어디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할지조차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TSMC 회장 웨이저자는 대만보다 최소 두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규제 대응을 위한 1만8천여 개 항목을 정리하고 승인받는 데만 516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관료주의적 장애물 외에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 역시 부담 요인이다. TSMC 협력사인 앰코 테크놀로지는 인근 지역에 공장을 새로 세우려다 주민 반발로 부지를 변경하는 사태를 겪었다. 특히 공장 설치가 주거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기업의 설득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문제도 심각한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시설에서는 고도로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한데, 미국 내에서는 이를 충족할 현지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마침내 TSMC는 대만에서 500명이 넘는 숙련 인력을 파견했지만, 이는 곧 미국 노조의 반발을 초래했다. 연방 보조금을 받는 조건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해당 노동자들의 비자 발급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상황이다. 여기에 현지 직원들과의 문화·언어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관련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미국이 거대한 제조업 프로젝트를 유치하고도 실제 실행 단계에서 수많은 장애물에 부닥치는 현실은, 단순한 민간기업의 어려움에 그치지 않고 미국 산업 전략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관계 전문가들은 규제 간소화와 인력양성, 지역사회와의 공감대 구축 없이는 미국이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는 목표 달성에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다른 외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반도체나 2차전지처럼 governments 전략 산업을 지정하고 보조금으로 유인을 주는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에 걸맞은 제도 정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대만큼 실효를 거두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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