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공공이 참여하는 재개발·소규모 정비사업의 금융 지원과 행정 절차를 손질하면서, 사업이 지연되던 현장에 자금과 속도를 동시에 보태는 방안을 내놨다. 주민들이 가장 크게 부담을 느끼던 이주비와 초기 사업비를 지원하고, 검증과 인허가 과정도 줄여 공급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13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참여하는 사업지를 중심으로 ‘서울형 공공참여 주택사업’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공 재개발 구역에서 시중 금융권 이주비 대출을 받기 어려운 세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범위 안에서 최대 3억원의 융자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주민준비위원회 운영비 지원도 월 800만원에서 월 1천200만원으로 늘어난다. 또 관리처분 타당성 검증은 SH가 직접 맡아 평균 6개월 걸리던 절차를 1개월 수준으로 줄이고, 기존 2천만∼6천만원이 들던 검증 비용도 없애기로 했다.
우선 지원 대상은 SH가 이미 참여 중인 13개 공공 재개발 사업지다. 서울시는 앞으로 사업성이 낮거나 주민 갈등으로 멈춰선 구역도 추가로 발굴할 계획이다. 132개 모아타운 사업지에 대해서도 공공 개입을 넓힌다. 현재 공공 지원을 받는 모아타운은 23곳에 그치는데, 서울시는 정체 우려가 큰 곳을 SH 참여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해 사업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SH가 참여하는 모아타운은 구역 면적을 더 넓힐 수 있고, 하나은행과 만든 전용 금융상품으로 공사비의 최대 70%까지 대출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임대주택 건립 비율 완화 같은 인센티브도 적용된다.
서울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중심으로 추진되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도 SH를 참여시켜 공공 주도 정비사업의 신뢰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사업 과정에서 주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추정 분담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보다 일관되게 관리하는 데 있다. 정비사업은 사업성에 대한 불신과 행정 지연이 겹치면 수년씩 늦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시는 공공기관이 사업 관리의 중심에 서면 이런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공공 재개발로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마포구 아현 1구역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아현 1구역은 신촌로와 만리재로 사이 역세권이지만, 노후도가 84%에 달하고 반지하주택이 밀집해 주거환경 개선 필요성이 큰 곳이다. 1980년대 판잣집을 헐고 빌라를 지은 지역이라 소유 구조가 복잡한데, 사업이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전체 토지 등 소유자 약 2천700명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현금 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갈등이 불거졌다. 현금 청산은 입주권 대신 감정평가액으로 보상받는 구조여서 주민 반발이 큰 사안이다. 서울시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분양용 최소규모 주택인 14㎡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고, 그 결과 소규모 지분을 가진 공유 지분자도 입주 자격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현금 청산 대상자는 156명으로 크게 줄었다. 아현 1구역 정비계획 결정안은 3월 19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공공이 사업 초기 자금과 절차 관리에 더 깊게 개입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실제 사업 기간 단축과 주택 공급 확대 효과가 현장에서 얼마나 나타나는지가 정책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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