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이 2년 9개월 만에 정책금리를 올린 데 이어 7월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중동발 에너지 가격 불안이 유로존 통화정책을 다시 긴축 쪽으로 밀어붙이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요아힘 나겔 독일중앙은행 총재는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한 차례 더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경제지표를 확인하면서 통화정책 회의 때마다 판단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인 나겔 총재는 비교적 매파 성향으로 분류되는데,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연료비에 그치지 않고 다른 재화와 서비스 가격으로 번지는 2차 파급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은 11일 예금금리를 포함한 3대 정책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2월 말 이란전쟁 발발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금리를 올린 것은 유럽중앙은행이 처음이다. 이는 중동 정세 악화가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공급 불안을 키우고, 그 여파가 유로존 물가 전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계심이 그만큼 크다는 뜻으로 읽힌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시중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져 소비와 투자를 식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에너지 가격처럼 공급 충격에서 비롯된 물가는 금리만으로 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함께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이 일단 9월과 12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다만 이번 긴축이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에너지 공급 부족이 핵심 원인이라면 수요를 억누르는 금리 인상만으로는 대응이 제한적일 수 있어서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물가 대응 의지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 유럽중앙은행으로서는 신뢰와 경기 사이에서 어려운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배경에는 과거 정책 판단에 대한 부담도 깔려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물가가 급등할 때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2011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 국면에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금리를 올렸다가 유로존 경제가 더블딥, 즉 잠시 회복한 뒤 다시 침체로 내려앉는 흐름을 겪었다. 금융리서치업체 TS롬바르드의 다비데 오네글리아는 유럽중앙은행이 신뢰성을 입증하는 데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2011년과 같은 정책 실수가 반복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에너지 가격과 전쟁 확산 여부, 그리고 유로존 경기 둔화 폭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지거나 반대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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