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달러 스테이블코인, 패권 논쟁 다시 키웠다

| 서도윤 기자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전체 시장의 98% 안팎을 차지하면서 달러 패권을 흔드는 대체 통화가 아니라 달러 사용 범위를 넓히는 디지털 결제 인프라라는 해석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Eswar Prasad) 코넬대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2025년 12월 기고문 ‘스테이블코인의 역설’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국제통화체제의 현재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세계에서 가장 수요가 크고 널리 쓰이는 만큼, 글로벌 결제 시스템에서 달러 우위를 간접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쟁점은 스테이블코인이 비트코인(BTC)처럼 독립 통화가 될 수 있느냐다. 프라사드는 스테이블코인을 중앙은행 화폐나 국채 같은 준비자산에 1대1로 묶인 결제 수단으로 설명했다. 국경 간 송금과 무역 결제를 더 빠르고 싸게 만들 수 있지만,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에 대한 신뢰가 핵심이라는 뜻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2026년 7월 16일 공개한 회의 노트에서 프라사드가 디지털 통화의 국경 간 확산이 달러의 국제적 역할을 크게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고 정리했다. 같은 문서는 패널들이 주요 스테이블코인이 압도적으로 달러 표시이고 국제 결제와 무역, 정산에 쓰이는 만큼 달러의 국제적 사용을 약화하기보다 강화할 가능성을 거론했다고 전했다.

시장 구조도 이 해석을 뒷받침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26년 4월 연설에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약 3150억 달러(약 435조원)이고, 약 98%가 달러 표시라고 밝혔다. 디파이라마(DefiLlama)는 2026년 8월 29일 기준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을 3033억1200만 달러(약 419조원)로 집계했다. 시점과 집계 범위가 달라 수치는 차이가 난다.

스테이블코인은 통상 달러 같은 법정화폐, 단기 국채, 현금성 자산 등을 담보로 삼아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설계된다. 코인 가격 상승을 노리는 자산이라기보다 거래소 결제, 디파이(DeFi) 예치, 국경 간 송금, 온체인 정산에 쓰이는 지급 수단에 가깝다. 이 때문에 시장이 커질수록 특정 코인보다 달러 기반 유동성의 유통망이 넓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논쟁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중심 국제통화질서를 강화할 수 있다는 본지 보도](https://www.tokenpost.kr/news/economy/399970)와도 이어진다. 당시 논의의 초점은 결제 비용을 낮추는 기술 혁신이 신흥시장 기업의 달러 차입을 더 끌어들일 수 있느냐였다. 이번 쟁점은 같은 구조가 스테이블코인 시장 전체의 달러 편중으로 더 넓게 나타나는지다.

한국 독자에게 중요한 대목은 신흥시장과 통화주권 문제다. 프라사드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물가 불안과 환율 변동을 겪는 소규모 경제의 통화에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맞서는 전략도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국내 시장에서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디파이 상품 설계가 맞물려 있다. [스테이블코인 보상과 예금 이자를 어떻게 구분하느냐](https://www.tokenpost.kr/news/policy/385871)에 따라 거래소 리워드, 예치 상품, 결제형 토큰 모델의 규제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달러 표시 토큰이 결제망으로 커질수록 국내 지급결제와 외환 규율에도 간접 영향이 생길 수 있다.

반론도 분명하다.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Pablo Hernandez de Cos) BIS 사무총장은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대규모 결제수단으로 신뢰받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토큰화 예금은 통화 시스템의 기반을 보존하면서 토큰화의 이점을 활용하는 더 직접적인 경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BIS의 초점은 달러 확산 효과보다 결제 안정성과 자금세탁 통제, 통화 단일성 훼손 위험에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같은 경고를 냈다. 이자벨 슈나벨(Isabel Schnabel) ECB 집행이사는 2026년 6월 1일 한국은행 국제회의 연설에서 사실상 모든 유통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표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달러화를 새로운 기술 채택의 부산물로 만들 수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통화주권을 약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통 금융권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은행들이 과거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JP모건도 가능성을 들여다본다고 보도했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암호화폐 상품을 넘어 지급결제 인프라 경쟁으로 번졌다는 의미다.

공개 소셜미디어에서는 달러 패권 강화 해석이 반복되고 있다. 다만 실제 확산량과 조회수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식기관의 자료로 확인되는 범위는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비중이 압도적이고, 규제기관들이 그 확산 효과와 위험을 동시에 논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논쟁은 스테이블코인이 달러를 대체하느냐가 아니라 달러를 더 넓은 디지털 지급망으로 옮기느냐에 모인다. 프라사드와 연준 회의 노트는 달러 사용 확대 가능성을 짚었고, BIS와 ECB는 결제 안정성과 통화주권 리스크를 함께 제기했다. 현재 확인된 수치상 시장은 여전히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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