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AI 갈등 일단락… 美 배우조합, 디지털 복제 규제 강화 합의

| 김민준 기자

비디오게임 산업 내 인공지능(AI) 활용과 관련한 갈등을 조율해온 미국영화배우조합-방송연예인연맹(SAG-AFTRA)이 게임 업계와의 새로운 계약 초안을 승인하면서 업계 전반의 긴장 국면이 일단락될 전망이다. 이번 임시 합의안은 조합원들의 최종 투표를 거쳐야 하지만, AI 활용에 대한 배우들의 고유 권리를 명확히 규정하는 등 주요 사안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AG-AFTRA 산하 전미이사회는 게임 제작사들과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계약(IMA)’ 개정안을 승인하고 이를 회원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이 계약은 AI 기술의 상용화가 급속히 이뤄지는 가운데 배우들의 디지털 복제 및 음성 사용과 관련된 주요 쟁점들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특히, 배우가 AI로 생성된 디지털 복제가 사용되는 경우 ‘사전 동의’를 의무화하고, 파업 기간 중에는 해당 동의 권한을 철회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배우들의 초상권과 음성권 보호의 기준을 명확히 했다.

보수 수준에서도 전례 없는 조건이 포함됐다. 계약이 비준될 경우, 배우들은 즉시 15.17%의 급여 인상 효과를 누리게 되며 향후 3년에 걸쳐 해마다 3% 추가 인상이 이뤄진다. 특히 디지털 복제 기반 콘텐츠에 대해서는 새롭게 마련된 최저 보상 기준이 적용되며, 게임 내 ‘실시간 생성’ 기술을 통해 구현된 챗봇 음성 출연은 기존 대비 최대 7.5배 높은 보상 수준이 적용된다. 시각적 퍼포먼스가 재활용될 경우에도 이른바 ‘2차 사용료’를 정액 지급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배우들의 수익 안정성을 강화했다.

계약에는 근로환경 개선도 포함됐다. 위험한 촬영이나 동작이 예정된 리허설이나 실제 퍼포먼스에는 안전을 고려한 의무적 의료 인력이 배치돼야 하며, 가상 오디션 과정에서도 스턴트나 위험 행동을 요구할 수 없도록 금지 기준이 강화됐다. 장시간 촬영 시 배우 휴식 권리 또한 의무화됐다.

게임사 측을 대표하는 오드리 쿨링(Audrey Cooling) 대변인은 “지난 30년간 SAG-AFTRA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이번 계약은 역사적인 임금 인상률과 건강·안전 보호 수준, 그리고 업계를 선도하는 AI 규범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복제 기술 발전에 부응해, 투명성과 보상 체계를 확립함으로써 배우 권익과 창작 자유를 조화롭게 보장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양측 간 임시 합의는 지난 6월 9일에 도출됐으며, 이에 따라 6월 11일 자로 파업은 공식 중단됐다. 투표는 내달 7월 9일까지 진행되며, 16만 명에 달하는 SAG-AFTRA 회원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 세부 조항은 오는 6월 18일 비준 자료와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