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EN KOREA] “비트코인은 가장 큰 자산이지만, 대부분은 아직 잠들어 있다” — Babylon, 네이티브 BTC를 담보로 만드는 인프라

| 탐사보도팀

토큰포스트는 국내 5대 원화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 637개 프로젝트에 일반 투자자 신분으로 직접 연락했다. 응답한 8%, 이들의 목소리를 순서대로 기록한다. [편집자주]

비트코인은 크립토 생태계에서 가장 큰 자산이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지갑 안에 잠들어 있다. 일부는 투자자의 보유 성향 때문이고, 일부는 네이티브 BTC를 활용할 인프라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Babylon은 그 잠을 깨우려는 프로젝트다. 래핑 자산도, 브릿지도, 중개자도 없이 — 보유자가 제3자에 통제권을 넘기지 않는 방식으로 네이티브 비트코인 그 자체를 담보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Babylon은 네이티브 BTC를 프로그래밍 가능한 담보 자산으로 전환하고, 이를 다른 블록체인 생태계와 연결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첫 번째 체인 연결은 이더리움이며, 첫 번째 유스케이스는 Aave v4에서 네이티브 비트코인을 담보로 대출하는 것이다.

토큰포스트 ‘TOKEN KOREA WATCH’ 시리즈의 두 번째 인터뷰로 Babylon 팀을 만났다.

■ 래핑도, 브릿지도 없이 — 네이티브 BTC를 담보로

Babylon이 풀려는 문제는 단순하다. 비트코인은 크립토 생태계 최대 자산임에도 DeFi에서 생산적으로 활용되기 어려웠다. 기존 해결책은 대부분 래핑된 BTC, 예컨대 wBTC 같은 자산을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브릿지 리스크, 수탁 구조, 중개자 신뢰 문제를 수반한다.

Babylon의 답은 다르다. 비트코인 보유자가 원자산의 통제권을 제3자에게 넘기지 않고도, 네이티브 BTC를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팀은 이를 “Native Bitcoin Collateral을 위한 인프라”라고 설명한다.

공동창업자 데이비드 체(David Tse)와 피셔 유(Fisher Yu)는 학계 연구자 출신 창업자들이다. a16z는 Babylon 투자 발표에서 Babylon이 데이비드 체와 피셔 유에 의해 설립됐다고 소개하며, 이들이 네이티브 BTC를 DeFi 담보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abylon 팀은 창업 동기에 대해 “비트코인 기반의 크립토 세계에 대한 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핵심은 비트코인을 단순 보관 자산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금융의 기반 담보로 확장하는 것이다.

■ 두 번의 분기점 — 누적 100억 달러 BTC 스테이킹과 TBV 개발

Babylon에는 두 번의 분기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스테이킹 프로토콜 런칭이다. Babylon 측은 스테이킹 프로토콜이 누적 100억 달러 규모의 BTC 스테이킹을 처리했다고 설명한다. 인터뷰 원문에서도 스테이킹 프로토콜이 한때 71억 달러 TVL을 기록한 점을 네이티브 BTC 솔루션에 대한 실제 수요가 존재한다는 신호로 꼽았다.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비트코인은 가장 보수적인 자산군에 속한다. 보유자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 기본값인 자산이다. 그런 BTC가 스테이킹 프로토콜로 유입됐다는 것은, 네이티브 BTC를 생산적으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시장에 존재한다는 의미다.

Babylon의 스테이킹 프로토콜은 크라켄(Kraken), 비트고(BitGo), 앵커리지(Anchorage)와 통합돼 있다. 파트너 측면에서는 패러다임(Paradigm), 폴리체인(Polychain), a16z 등 주요 투자자가 참여했다. 특히 Babylon 측은 Paradigm과 a16z가 함께 참여한 드문 BTC 인프라 프로젝트라는 점을 강조했다. 팀 측 설명 기준 누적 투자액은 약 1.15억 달러다.

최근에는 a16z가 Babylon의 트러스트리스 비트코인 볼트 프로토콜(Trustless Bitcoin Vaults·TBV)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a16z는 Trustless Vaults가 witness encryption과 garbled circuits를 활용해 비트코인을 래핑하거나 수탁하지 않고 DeFi에서 담보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스테이킹을 넘어 — TBV가 풀려는 기술 난제

두 번째 분기점은 기술적 돌파구라기보다, 더 정확히는 트러스트리스 비트코인 볼트 프로토콜(TBV) 개발이다.

스테이킹을 넘어서 비트코인을 보다 폭넓은 용처에 담보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위에서 다른 체인의 스마트컨트랙트 실행 결과를 상업화 가능한 수준의 저비용으로 검증한다는 난제를 풀어야 했다. 비트코인은 이더리움처럼 범용 스마트컨트랙트 체인으로 설계되지 않았다. 따라서 ZK 증명을 검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검증 비용이 높다면 실제 사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Babylon은 BABE라는 비트코인 증명 검증 프로토콜을 연구·개발했다. Babylon 팀은 BABE가 TBV의 기반이 되는 프로토콜이며, 비트코인 체인이 다른 블록체인의 스마트컨트랙트 실행 결과를 실용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방식으로 검증할 수 있게 하는 암호학적 프리미티브라고 설명했다.

팀에 따르면 BABE는 witness encryption과 보다 실용적인 온체인·오프체인 모델을 결합한다. 이 접근을 통해 TBV 개발 착수 시점 대비 검증 비용을 1/1000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Babylon은 이 연구 성과를 실제 제품 설계로 연결했고, 그 결과물이 Trustless Bitcoin Vaults다.

여기서 핵심은 “비트코인을 움직이지 않고도 담보로 쓰는 것”이다. 기존 래핑 방식은 BTC를 다른 체인에서 쓰기 위해 별도 표현 자산을 만든다. 반면 Babylon이 겨냥하는 구조는 네이티브 BTC를 기반으로 담보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말은 쉽다. 실제로 구현하려면 비트코인의 제한적인 프로그래밍 환경을 우회하면서도 보안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맞춰야 한다. 그래서 어렵고, 그래서 의미가 있다.

■ Aave v4와 Ledger — 첫 사용처와 사용자 안전장치

TBV의 첫 번째 유스케이스는 Aave v4에서 네이티브 비트코인을 담보로 대출하는 것이다. Babylon 팀은 TBV가 이더리움 메인넷의 Aave v4와 연결돼, 비트코인 보유자가 래핑 자산이나 중개자에 의존하지 않고 BTC 담보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Ledger와의 파트너십도 중요하다. Babylon은 Ledger와 협력해 TBV 사용 시 Clear Signing을 지원한다. 이는 사용자가 자신이 서명하는 내용을 더 명확히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네이티브 BTC 담보가 대중적으로 쓰이려면 수익률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용자가 어떤 권한을 부여하고, 어떤 위험을 감수하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BTC 보유자는 대체로 보수적이다. 이들에게 “새로운 DeFi 기회”만 외쳐서는 움직이지 않는다. 통제권, 보안, 서명 경험, 파트너 신뢰가 함께 맞아야 한다. Babylon이 Ledger와의 Clear Signing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한국 시장 — 열정과 지식을 동시에 가진 커뮤니티

국내 거래소 진입 이후 한국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인지도 상승이었다. Babylon 팀은 거래소 상장이 프로젝트 인지도를 높였고, 한국 커뮤니티와의 접점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투자자와 커뮤니티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열정과 지식, 그리고 이해력입니다. 한국 시장은 Web3에 대한 깊은 열정과 동시에 깊은 이해를 갖추고 있습니다.”

국내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국어 커뮤니티를 운영 중이다. Babylon은 이를 통해 프로젝트 인지도 확대, 채택 촉진, 현지 시장과의 지속적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시장에서 Babylon이 봐야 할 지점은 단순한 토큰 거래량이 아니다. 비트코인을 오래 보유한 투자자, BTC 담보 금융에 관심 있는 고관여 이용자, 그리고 DeFi 인프라를 이해하는 개발자·기관이 실제로 Babylon의 사용처를 이해하느냐다. 비트코인을 “보관 자산”에서 “담보 자산”으로 바꾸려면 교육이 필요하다. 한국은 그 교육이 통할 수 있는 시장이다. 이해도가 높고, 반응도 빠르다. 좋은 의미로 까다롭다.

■ 2026년 하반기 — TBV 출시와 확장이 최대 분기점

Babylon이 2026년 하반기 가장 주목하는 마일스톤은 Trustless Bitcoin Vaults의 출시와 확장이다. 출발점은 이더리움 메인넷의 Aave v4에서 네이티브 비트코인 담보 대출을 지원하는 것이다.

장기 비전은 더 크다. Babylon은 3년 후 비트코인 담보가 다수의 체인, 다양한 DeFi 애플리케이션, 복수의 유스케이스에서 활용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출, 렌딩, 보호성 상품, 옵션, DEX 등 네이티브 비트코인 담보 기반 금융 상품이 그 위에 쌓이는 구조다.

팀은 장기적으로 Babylon이 “유니버설 비트코인 담보 API”가 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누구든 DeFi에서 비트코인 담보를 기반으로 금융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공통 인프라가 되겠다는 뜻이다.

이 비전이 실현되면 비트코인의 역할은 달라진다. 지금의 비트코인은 주로 보관되고, 거래되고, ETF로 편입된다. Babylon이 겨냥하는 비트코인은 담보로 쓰이고, 신용을 만들고, 구조화 상품의 기반이 되는 자산이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면, Babylon은 그 금을 금고 안에만 두지 않고 금융 시스템의 담보 장부에 올리려 한다.

■ 가장 큰 과제 — 제품 출시와 실제 사용

Babylon 팀은 가장 큰 기술적 과제가 비트코인 위에서 증명 검증을 실용적인 비용 구조로 만드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는 BABE를 통해 일정 부분 해결됐고, 다음 과제는 제품 출시와 확장이다.

기술이 좋다고 시장이 자동으로 열리지는 않는다. BTC 보유자가 실제로 사용할 만한 파트너, 명확한 사용처, 안전한 사용자 경험이 있어야 한다. Babylon은 이를 위해 Aave, Ledger 등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점에서 Babylon의 전략은 비교적 분명하다. 먼저 스테이킹 프로토콜로 네이티브 BTC 솔루션에 대한 수요를 증명했다. 다음은 TBV로 사용처를 넓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담보로 대출하고, 이후 더 다양한 DeFi 상품으로 확장하는 길이다.

■ 한국 투자자에게 전하는 말

Babylon 팀이 토큰포스트 독자에게 남긴 메시지는 프로젝트의 철학을 압축하고 있다.

“담보는 금융의 기반이고, 비트코인은 최우량 담보입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네이티브 비트코인을 제3자에 통제권을 넘기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스테이킹 프로토콜로 그 수요를 증명했고, 이제 TBV로 그 기회를 확장합니다. Aave v4를 통해 네이티브 비트코인 담보를 이더리움으로 가져옵니다.”

Babylon의 승부처는 명확하다. 비트코인을 더 많이 쓰게 하되, 비트코인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다. 래핑 자산이나 브릿지로 편하게 가는 길은 이미 있다. Babylon은 더 어려운 길을 택했다. 네이티브 BTC를 그대로 두고, 그 위에 담보 금융 인프라를 세우려 한다.

성공한다면 비트코인은 단순 보관 자산을 넘어 DeFi 담보 시장의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 실패한다면 또 하나의 복잡한 BTCFi 실험으로 남을 것이다. 관건은 기술 논문이 아니라 실제 사용이다. Aave v4에서 네이티브 BTC 담보 대출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작동하는지, BTC 보유자가 얼마나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지가 Babylon의 다음 시험대다.


TOKEN KOREA WATCH는 국내 상장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실태를 투자자 눈높이에서 직접 확인하는 토큰포스트의 탐사 시리즈입니다. 매주 업데이트됩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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