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차분하게 시작됐다. 빈센트 촉(Vincent Chok) 퍼스트디지털(First Digital)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말을 서두르지 않았다. 스테이블코인을 설명하면서도 먼저 가격이나 유통량을 꺼내지 않았다. 준비금, 수탁, 회계, 상환, 내부통제, 컴플라이언스부터 말했다. 암호화폐 산업의 언어라기보다 전통 금융의 문법에 가까웠다.
그럴 만한 배경이 있다. 촉 CEO는 디지털자산 업계에 들어오기 전 전통 신탁·수탁, 연금, 상속 구조, 부동산 금융을 다뤘다. 퍼스트디지털을 창업하기 전에는 레거시 트러스트 컴퍼니(Legacy Trust Company) CEO를 지냈고, 캐나다 면제증권 시장에서 상업용 부동산 자금 조달과 모기지 금융을 담당했다. 이후 퍼스트디지털트러스트(First Digital Trust)를 설립하며 전통 신탁·수탁 솔루션을 디지털자산 경제로 확장했다.
토큰포스트는 지난 13일 서울 강남 토큰포스트 오피스에서 촉 CEO를 만났다. 그는 전날인 12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인스티튜셔널 웹3 포럼’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기술 혁신과 아시아 시장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AI 기반 에이전트 경제의 핵심 결제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으며, 퍼스트디지털이 개발 중인 AI 기반 금융 플랫폼 ‘파이낸스 디스트릭트(Finance District)’를 통해 다양한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을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인터뷰의 핵심도 같았다. 촉 CEO에게 FDUSD는 종착점이 아니었다. 그는 퍼스트디지털이 단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넘어, 스테이블코인이 실제로 쓰이는 금융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탁이 영속된다면, 기록도 영속돼야 한다”
촉 CEO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된 출발점은 비트코인 가격이 아니었다. 오히려 신탁이었다.
그는 과거 은퇴연금, 연금 플랜, 상속 구조, 주식, 채권, 부동산, 금 같은 전통 자산을 다뤘다. 지금은 업계에서 이를 실물자산(RWA)이라고 부르지만, 촉 CEO에게 RWA는 처음부터 거창한 개념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다음 세대에 넘기고 싶어 하는 모든 자산이었다.
그가 블록체인에 주목한 이유는 신탁 구조의 지속성 때문이었다. 홍콩은 신탁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법적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신탁이 세대를 넘어 유지된다면, 그 신탁을 증명하는 기록과 데이터는 어떻게 보존돼야 하는가.
촉 CEO는 “신탁이 계속 유지된다면, 그 기록도 함께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자산은 세대를 넘어 이전되는데, 그 자산의 기록을 어떻게 남기고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였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비트코인을 확신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도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단순한 투기 수단을 넘어 자산의 보관과 이전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보게 됐다.
퍼스트디지털이 기관용 커스터디 사업을 시작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다만 그는 커스터디만으로는 장기적인 성장을 만들기 어렵다고 봤다. 전통 금융에서도 수탁 업무는 이미 저마진 사업이 되고 있었다.
“전통 금융에서도 커스터디는 거의 무료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커스터디만으로는 큰 수익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진화해야 했습니다.”
그 진화의 결과가 스테이블코인이었다.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은 준비금과 신뢰 구조다”
촉 CEO가 스테이블코인을 처음 깊이 이해하게 된 계기는 테더(Tether) 초기 창업자와의 만남이었다. 당시 스테이블코인은 지금처럼 거대한 시장이 아니었다. 개념도 낯설었고, 운영 방식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본 핵심은 분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은 블록체인 위에 발행된 토큰 자체보다, 그 뒤에 있는 법정화폐 준비금이 제대로 보관되고 검증되는지에 있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하게 설명하면, 법정화폐 준비금이 은행에 제대로 보관되고, 검증되고, 회계 처리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기본입니다.”
퍼스트디지털은 이후 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지원하며 관련 인프라를 쌓았다. 시장에는 금 기반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촉 CEO는 규제 환경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보고 자체 스테이블코인 FDUSD를 출시하기로 했다.
FDUSD는 2023년 6월 출시됐다. 몇 년 되지 않은 스테이블코인이지만, 빠르게 주요 거래소에서 쓰이는 자산으로 성장했다.
“운도 있었다. 하지만 운만으로는 선택받지 못한다”
FDUSD의 빠른 성장은 시장 타이밍과 맞물렸다. 바이낸스의 BUSD가 단계적으로 종료되던 시점, 시장에는 대체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있었다. 퍼스트디지털은 FDUSD 출시를 준비하며 여러 파트너와 논의하고 있었고, 그중 하나가 바이낸스였다.
촉 CEO는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위치에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FDUSD가 단순히 운으로 선택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은행 네트워크, 준비금 관리, 트레저리 운용 방식을 설명했습니다. 그 부분에서 신뢰를 얻었다고 봅니다.”
그가 말하는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은 화면에 보이는 토큰보다 보이지 않는 운영 구조에 있다. 은행 계좌, 준비금 운용, 상환 체계, 회계, 증명 보고서, AML, 세무, 내부통제, 규제 대응이 모두 맞물려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누구나 만들 수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스테이블코인을 만들려면 은행, 거래소, 마켓메이커, 커스터디, 규제 대응이 모두 필요합니다. 신규 발행사가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 바로 파트너십입니다.”
그는 지금 시장에 많은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고 있지만, 모든 스테이블코인이 거래소 유동성, 은행 레일, 마켓메이커, 상환 구조를 갖추기는 어렵다고 봤다.
“거래소가 몇 개의 스테이블코인을 상장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주요 거래소와 은행, 마켓메이커는 각자의 파트너십을 갖추고 있습니다. 새 발행사에는 쉽지 않은 시장입니다.”
“FDUSD의 강점은 아시아 시간대 결제와 운영 안정성”
FDUSD는 USDT와 USDC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했다. 그럼에도 촉 CEO는 FDUSD의 차별점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아시아 시장 이해도다. 퍼스트디지털은 홍콩과 아시아 금융권에서 출발했다. 신흥시장과 아시아 시장의 결제 방식, 은행 네트워크, 오프램프 수요를 이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결제 시간대다. 촉 CEO는 FDUSD가 아시아 시간대 결제에 강점을 갖고 있으며, 북미와 유럽, 아시아 전반에서 오프램프 구조를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준비금 관리와 투명성이다. 그는 FDUSD가 정기적인 증명 보고서, 복수의 은행 레일,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친 상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 측면에서 FDUSD는 BNB체인, 이더리움, 수이, 솔라나 등 여러 체인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촉 CEO는 어떤 체인에 발행하느냐보다 더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체인에 올리는 것은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더 어려운 것은 보고 의무, 세무, AML 정책, 내부통제, 컴플라이언스입니다. 우리는 그 부분을 전문으로 합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자동차에 비유했다.
“자동차는 모두 이동 수단입니다. 하지만 어떤 차는 더 좋은 엔진, 더 좋은 오일, 더 좋은 타이어를 씁니다. 우리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더 높은 품질의 인프라가 되고 싶습니다.”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는 신청하지 않았다”
촉 CEO는 인터뷰 중 FDUSD의 구조에 대해서도 분명히 설명했다. 퍼스트디지털이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를 신청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홍콩 금융당국과 논의하고 관련 라운드테이블에도 참여했지만, 현재 퍼스트디지털의 초점은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있다고 말했다.
FDUSD의 발행 주체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있다. 이 발행사가 홍콩 라이선스 신탁회사인 퍼스트디지털트러스트를 준비금 수탁기관으로 지정하는 구조다.
촉 CEO는 이를 발행사와 준비금 수탁기관의 재무 구조를 분리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가 준비금까지 직접 관리하는 구조를 갖는다. 반면 FDUSD는 고객 자산인 준비금과 퍼스트디지털 그룹의 운영자산을 분리한다.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가 준비금까지 관리하는 구조입니다. 우리는 다릅니다. FDUSD 준비금은 고객 자산으로 분리되고, 퍼스트디지털 그룹의 운영비와는 별도로 관리됩니다.”
그가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은 결국 신뢰였다. 스테이블코인은 빠르게 전송되는 디지털 달러처럼 보이지만, 뒤에서는 전통 금융 수준의 수탁과 회계, 준비금 관리가 필요하다. 퍼스트디지털이 자신들의 출발점을 전통 신탁·수탁 업무에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다음 단계는 AI 에이전트 결제”
촉 CEO가 가장 강하게 강조한 주제는 FDUSD 자체가 아니었다. 그는 퍼스트디지털이 단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넘어 ‘스테이블코인 경제’를 구축하는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중심에 있는 프로젝트가 ‘파이낸스 디스트릭트(Finance District)’다.
파이낸스 디스트릭트는 퍼스트디지털이 준비 중인 AI 기반 금융 플랫폼이다. AI 에이전트가 지갑을 갖고,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고, 결제와 투자, 대출·차입, RWA 활용까지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 12일 포럼에서도 촉 CEO는 파이낸스 디스트릭트가 다양한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을 지원하는 중립적 구조이며,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비·중개 수수료·KYC·AML 비용 등을 자동 분배하는 ‘프리즘(Prism)’과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해 RWA에 투자할 수 있는 ‘볼트(Vault)’ 기능을 제시했다.
그가 든 예시는 전자상거래였다.
사용자가 AI 에이전트에게 “불고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AI 에이전트는 레시피를 찾고, 필요한 재료를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주문하고, 결제까지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슈퍼마켓, 배달업체, 가스비, 플랫폼 수수료가 한 번의 결제 안에서 자동으로 나뉜다.
그 중간 레이어가 프리즘이다.
“사용자는 한 번 결제하지만, 실제로는 슈퍼마켓, 배달회사, 가스비, 플랫폼 수수료가 각각 나뉘어 지급돼야 합니다. 프리즘은 이 수수료 분배를 처리합니다. 결제가 이뤄지는 순간 각 참여자가 즉시 자기 몫을 받게 됩니다.”
이 구상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거래소 안에서만 쓰이는 달러가 아니다. AI 에이전트가 실제 경제 활동을 수행할 때 쓰는 결제 언어가 된다.
“AI가 자산을 사고, RWA 볼트가 수익 전략을 실행한다”
파이낸스 디스트릭트의 또 다른 축은 투자다.
사용자는 AI 에이전트에게 “비트코인이 특정 가격에 도달하면 1000달러 중 100달러씩 나눠 매수하라”고 지시할 수 있다. 사용자가 잠든 사이 AI 에이전트는 탈중앙화거래소와 연결돼 조건에 맞춰 거래를 실행한다.
RWA 볼트도 핵심 기능이다. 국채 기반 토큰, 금 기반 토큰, 기타 실물자산 토큰을 가진 기업들이 파이낸스 디스트릭트 안에 볼트를 만들 수 있다. 사용자는 스테이블코인을 해당 볼트에 예치하고, 볼트는 RWA 상품을 매입하거나 수익 전략을 실행한다.
촉 CEO는 스테이블코인이 직접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가 아니라, 볼트 안의 RWA 상품이나 투자 전략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금 기반 볼트의 경우 사용자가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하면, 해당 전략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금 토큰을 매입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단순히 금 토큰을 사고 가격 상승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 기반 수익을 활용해 금 토큰을 점진적으로 축적하는 방식이다.
“그냥 금 토큰을 사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이 만들어내는 수익을 통해 금 토큰을 축적하는 볼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FDFI는 보상·거버넌스 토큰…단순 포인트로 만들지 않겠다”
퍼스트디지털은 파이낸스 디스트릭트 생태계를 위한 FDFI 토큰도 준비 중이다. 촉 CEO는 FDFI를 보상 및 거버넌스 토큰으로 설명했다.
사용자가 파이낸스 디스트릭트의 볼트, 지갑, 결제 기능을 이용하면 일정 조건에 따라 FDFI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향후에는 플랫폼 접근, 결제, AI 사용 크레딧 지불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FDFI가 단순한 할인 포인트성 토큰에 머물지 않도록 실제 자산과 연결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FDUSD 기반 대출·차입에서 발생하는 수익 등을 활용해 비트코인 같은 자산을 매입하고, 이를 통해 FDFI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FDFI가 단순히 호텔 할인권이나 레스토랑 할인권 같은 것이 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보상을 받았을 때 그 자체로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다만 관련 거래소 상장과 파트너십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공식적인 토큰 공개와 주요 중앙화거래소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스테이블코인 논의를 시작하기 좋은 시장”
촉 CEO의 이번 방한은 단순한 홍보 일정이 아니었다. 그는 한국의 정책 담당자와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며 스테이블코인 규제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12일 포럼에 앞서 국회 세미나에서도 관련 논의에 참여했다. 그는 같은 날 포럼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발전 단계와 향후 금융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설명하며, 스테이블코인과 AI를 결합한 금융 구조가 ‘언뱅크드’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지금 스테이블코인 논의를 본격화하기에 적절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정책권의 관심, 금융권의 참여 의지, 높은 디지털 결제 인프라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한국이 해외 규제를 그대로 가져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전제가 다르다.
“미국 달러는 자유롭게 거래되는 통화입니다. 반면 원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설계할 때는 한국 시장에 맞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제에서 KYC, AML, 준비금 투명성, 준비자산 운용 방식, 은행의 역할, 기술기업의 역할을 모두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은행과 기술기업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고 봤다. 은행은 준비금 관리와 신뢰 형성에 강점이 있다. 반면 토큰 발행, 블록체인, 스마트컨트랙트, 지갑, 결제 흐름은 기술기업이 더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다.
“은행은 준비금을 관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토큰화, 블록체인, 스마트컨트랙트는 기술기업이 맡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성공적인 스테이블코인을 만들려면 각자가 잘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는 홍콩의 규제 논의 과정도 언급했다. 홍콩 역시 하루아침에 제도를 만든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라운드테이블과 의견수렴, 다른 규제기관과의 논의를 거쳐 현지 시장에 맞는 구조를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단일한 글로벌 정답을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으로는 어렵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준비자산, 은행 참여 방식, 외환 규제, 유동성 관리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모든 통화를 직접 발행할 필요는 없다”
퍼스트디지털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나 다른 비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는 각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은 각국 규제에 맞춰 현지 발행사가 담당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봤다. 퍼스트디지털은 모든 통화를 직접 발행하기보다, 현지 발행사와 협력해 수탁, 구조 설계, 컨설팅, 투자, 인프라 연결을 제공하는 방향을 선호한다.
이 구상은 파이낸스 디스트릭트와도 연결된다. 그는 파이낸스 디스트릭트가 특정 스테이블코인만을 위한 플랫폼이 아니라, 여러 국가의 라이선스 스테이블코인이 상호 교환되고 활용되는 인터체인지가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해외 사용자가 한국을 방문할 때, 자신의 지갑 안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즉시 환전하고, 스타벅스, 카카오택시, 전자상거래, 오프라인 매장에서 그대로 결제하는 구조다.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고, 택시를 타고, 커피를 사고, 쇼핑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굳이 환전소에 갈 필요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소외 문제를 풀 수 있다”
촉 CEO가 보는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는 선진 금융시장의 효율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금융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 계좌를 만들기 어렵거나, 잔액이 작아 은행 입장에서 수익성이 낮은 고객들이 있다. 일부 신흥국에서는 규제 보고 비용과 컴플라이언스 비용 때문에 은행이 소액 고객을 제대로 상대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는 이런 사람들에게 스테이블코인, AI 지갑, 소액 투자, RWA, 자산 보관 기능이 결합된 플랫폼이 새로운 금융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봤다.
“은행은 월 100달러 정도의 잔액을 가진 고객을 가치 있는 고객으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까. 우리는 이들이 자기 창의성과 플랫폼을 통해 부를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는 사용자가 20달러로 테슬라 주식의 일부를 사고, 10달러로 비트코인을 사고, 3달러로 이더리움을 살 수 있는 환경을 예로 들었다. 자산을 잘게 나누고, AI 에이전트가 관리하며,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와 보관을 연결하면 금융 접근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FDUSD는 끝이 아니라 시작”
인터뷰 내내 촉 CEO는 FDUSD를 설명했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았다. 그가 반복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퍼스트디지털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그치지 않고,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경제에서 쓰이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지금까지 거래소 안에서 달러를 대신하는 도구로 주로 쓰였다. 그러나 촉 CEO가 말하는 다음 단계에서는 AI 에이전트가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한다. 에이전트는 물건을 사고, 수수료를 나누고, RWA 볼트에 자산을 배분하고, 사용자를 대신해 투자한다.
물론 그 세계가 당장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규제는 아직 정리 중이고, 사용자 경험은 더 단순해져야 하며, AI 에이전트가 실제 금융 활동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기준도 필요하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과거 스테이블코인이 암호화폐 거래소의 달러였다면, 다음 스테이블코인은 AI 경제의 결제 언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언어를 누가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게 만들 것인가가 다음 경쟁의 핵심이다.
촉 CEO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FDUSD를 넘어, 에이전트 경제를 통해 금융에서 소외된 시장까지 연결하려 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그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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