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이 합의 없이 끝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해상봉쇄를 지시했지만, 13일 아시아 주식시장은 초반 충격 이후 낙폭을 빠르게 줄이며 비교적 버티는 흐름을 보였다.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시장 불안 요인이 커졌는데도, 투자자들은 이번 상황을 전면전 재개보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강경한 압박 수순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9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보다 0.90% 내린 5,806.13을 나타냈다. 지수는 장 초반 2.08% 하락한 5,737.28로 출발해 한때 5,730.23까지 밀렸지만, 이후 5,800선을 다시 회복했다. 코스닥지수도 1.53% 내린 1,076.85로 출발한 뒤 상승 전환해 0.46% 오른 1,098.69를 기록했다. 수급을 보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천354억원, 2천483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개인이 5천47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86% 하락했고, 대만 가권지수는 장중 상승세로 돌아섰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각각 0.30%, 0.08% 내렸고, 홍콩 항셍지수는 1.08% 하락했다.
이번 반응의 배경에는 시장이 전쟁의 방향보다 협상의 틀 자체가 아직 살아 있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 깔려 있다. 지난 주말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첫 종전협상은 이른바 노딜로 끝났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최종 결렬이라기보다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한 줄다리기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미국 측 협상 대표였던 J D 밴스 부통령은 이란에 미국의 레드라인을 분명히 전달했지만 이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고, 쟁점은 이란의 핵 보유 금지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였던 것으로 관측된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드나드는 선박에 대한 봉쇄 절차를 즉시 시작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이란도 보복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만 시장은 이런 강경 발언에도 불구하고 당사국 모두 장기전으로 갈 여력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증권가도 단기 충격과 중장기 부담을 나눠서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협상 결렬이 외교적 타협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성격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일부 사안에서는 의견 접근이 있었고, 중재국인 파키스탄도 대화 지속 의지를 밝힌 만큼 한국시간 수요일 오전까지 예정된 휴전 기간에 추가 진전이 나올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가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이기 때문에 이곳의 정상화가 늦어질수록 유가와 금리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더 긴 시간이 걸리고,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는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금융시장 지표는 긴장 고조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주 말 뉴욕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은 배럴당 96.57달러로 마감했지만, 이날 장중에는 7.90% 급등한 104.20달러에 거래됐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8.1원 오른 1,491.60원을 기록했고,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코스피200을 바탕으로 한 시장 공포 심리 지표)는 1.56포인트 오른 51.14를 나타냈다. 높은 유가와 환율 상승은 기업의 원가 부담을 키우고 소비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 향후 국내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효율화에 더 매달릴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뉴스에 따라 시장 변동성을 키우겠지만, 큰 방향에서는 협상 재개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속도가 증시와 물가, 환율의 다음 흐름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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