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미 tech 업계 내 해고 사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자리 시장은 새해를 조용하게 시작했지만, 2월과 4월을 기점으로 감원 규모가 급증하며 지금까지 9만 5,000명 이상이 해고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불확실성과 관세 부담, 인공지능(AI)의 빠른 확산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대형 기술기업들이 주도하는 장면이 눈에 띈다.
크런치베이스 테크 해고 추적기에 따르면, 2월에는 약 1만 4,000명이, 4월에는 무려 2만 3,85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여기에 5월에만 5만 7,422건의 해고가 발생해, 연간 전체 해고 건수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불과 두 달 사이에 집중됐다. 6월 현재까지도 최소 923명이 해고된 것으로 나타나며 해고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이번 해고 사태는 마이크로소프트(MSFT), 구글(GOOGL), 아마존(AMZN) 같은 대형 테크 기업들에서도 대규모로 이뤄지는 점이 특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5월 전체 직원의 6%에 해당하는 6,000명을 정리한 뒤, 이달에도 300명 넘게 추가 감원을 단행했다. 인텔(INTC)은 4월 말에만 2만 2,000명을 해고했고, 추가 감원이 예고된 상태다. 메타(구 페이스북, META), 이베이(EBAY), 그리고 구글 역시 각각 수백명에서 수천명 규모로 인력을 줄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스타트업과 중소 테크 기업에도 파장을 주고 있다. 펀딩 유치 당시와는 다른 수익성과 효율 중심의 기조가 강화되며, 벤처기업들도 재조직에 들어갔다. 스타트업 벤치와 은행 소프트웨어 기업 인시노(nCino)는 각각 일부 감원을 단행했으며, 교육기술 기업 체그(Chegg)는 248명, 사이버보안 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는 500명을 해고했다.
이직 시장은 한층 어려워졌다. 대학생 채용 플랫폼 핸드셰이크에 따르면, 채용 공고 수는 전년 대비 15% 감소했지만, 구직자 경쟁은 심화돼 지원 건수는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졸업한 2025년 대학 졸업생들은 수년 내 가장 경쟁적인 환경에 직면했다는 설명이다.
경영자 코치인 알리사 콘은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나 구조 전환, 성과 문제 등을 이유로 감원을 단행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저금리기의 풍부한 자금을 기반으로 급성장했던 스타트업들이 이제 자금 소진에 대한 압박과 투자환경의 축소로 인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AI의 역할도 주목된다. 콘은 AI가 당장의 대규모 해고를 초래하진 않았지만, 기업들이 채용을 유보하고 전략을 재조정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다만 AI 관련 역량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핸드셰이크는 지난 2년간 구인 공고에서 생성형 AI 툴이 언급된 비율이 4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결국 기술업계는 경기 둔화라는 외부 변수와 AI라는 구조적 변화 사이에서 인력 전략을 재편하며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해고와 채용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더욱 많은 인재들이 보다 좁아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