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AI 벤처펀드 탄생… 캐세이, 10억 달러로 '버티컬 AI' 집중 투자

캐세이 이노베이션(Cathay Innovation)이 운용 중인 세 번째 펀드가 총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로 마감되면서, 유럽연합(EU) 내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전문 벤처 펀드가 탄생했다. 회사 측은 이번 자금을 바탕으로 디지털 헬스, 핀테크, 소비자 기술, 모빌리티 및 에너지 분야의 ‘버티컬 AI’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펀드는 2022년 중반에 처음 발표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유럽, 아시아, 북미 지역에서 총 14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투자 대상은 초기 시리즈 A부터 말기 시리즈 B, 후속 단계에 걸쳐 있으며, 투자의 기준은 특정 산업에 AI를 깊이 통합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평균 투자금액은 최소 500만 달러(약 72억 원)에서 최대 1억 달러(약 1,440억 원)에 이른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벤처 펀드는 드물었지만, 지난 10년간 거대 자금을 운용하는 ‘메가펀드’가 일반화되며 이 같은 현상은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 이번 캐세이 이노베이션의 펀드 역시 그 흐름과 맥을 같이하며, 유럽 벤처 생태계 내 AI 투자에 대한 기대감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2015년에 설립된 캐세이 이노베이션은 프랑스 사모펀드 캐세이 캐피털(Cathay Capital)의 벤처 부문이다. 올해 투자 사례로는 바이오 헬스 분야 AI 기초모델을 개발하는 프랑스의 바이옵티무스(Bioptimus) 시리즈A 라운드에 4,100만 달러(약 590억 원)를 리드 투자했으며, 암호화폐 트레이딩 플랫폼 플로우데스크(Flowdesk)의 9,180만 달러(약 1,320억 원) 규모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펀드 III의 기타 주요 투자처로는, 의료진용 AI 코파일럿 나블라(Nabla), 신약 개발 AI 기업 아케미아(Aqemia), AI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 업체 레인지(Range), 오픈뱅킹 인프라 스타트업 핑++(Ping++), 과잉 재고 처리용 B2B 마켓플레이스 고스트(Ghost), 중고 전자제품 마켓플레이스 리벨로(Reebelo), 저탄소 혁신을 위한 재료 검색 AI 스타트업 엔탈픽(Entalpic), 생성형 AI 기반 영상 광고 플랫폼 모직(Mogic), 그리고 로봇 청소 시스템 제조사 비트봇(Beatbot) 등이 있다.

캐세이 이노베이션과 모회사 캐세이 캐피털의 창립자인 차이 밍포(Mingpo Cai)는 이번 펀드 마감에 대한 성명을 통해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산업의 AI 기반 전환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각 지역의 유망 기업을 지원하고 이해당사자 전체에 혜택을 제공하는 생태계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펀드를 단순한 투자 자금을 넘어서, 유럽 AI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과 연계된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버티컬 AI’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기존 범용 AI 솔루션과는 차별화된 깊이 있는 응용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