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 거인 아닌 작은 종목으로…개인들 '소형주 베팅' 앞장

4월 미국발 관세 충격으로 위축됐던 인공지능(AI) 투자 심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반등은 과거와 결이 다르다. 대형 기술주 중심의 AI 매수세에서 벗어나, 개인투자자들이 중소형 AI 및 양자컴퓨터 관련 종목으로 눈길을 돌리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소위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이라 불리는 초대형 기술주보다는 변동성이 높고 비교적 저평가된 종목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NVDA)가 미·중 갈등 완화에 힘입어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자,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서의 매수세는 지난달 1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옵션 거래에서는 하락 베팅 흔적이 포착되지 않아, 이는 *차익 실현* 목적의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그 대신 Applied Digital(APLD), Navitas Semiconductor(NVTS), CoreWeave 같은 소형 AI 데이터센터 관련주는 매수량이 한 달 새 150% 이상 급증했다. 이 기업들은 엔비디아와의 기술 제휴를 바탕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AI 기술 기반의 성장성과 생산 역량에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함께 양자컴퓨터 분야에서도 과감한 베팅이 이어지고 있다. 시가총액이 6조 원 수준에 불과한 디웨이브퀀텀(QBTS)은 최근 일주일 동안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에서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약 396조 원)을 앞질렀다. 또 메타(META)가 1700만 달러(약 245억 원)의 순매수가 유입된 데 비해, 리게티컴퓨팅(RGTI)엔 무려 2500만 달러(약 360억 원)가 쏠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격적 투자 기조*가 과거에도 반복됐던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본다. 외환시장 긴장 완화와 함께 주식시장이 반등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 대한 베팅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미국의 대중 관세정책이나 경기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나친 낙관주의일 수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실제로 반다리서치는 "현재 소규모 고위험 종목 선호 경향은 개인투자자들의 *자만심 확대* 신호일 수 있으며, 이는 현 주식 반등 장세의 말미를 암시하는 경고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장의 모멘텀은 분명히 AI와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나, 개인투자자들의 이례적인 매수 행태는 또한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6월 들어 나스닥과 러셀2000 지수가 동반 상승하는 가운데, 나비타스 주가는 25%, 코어위브는 15%가량 급등했지만, 이익이 실현되지 못할 경우 이를 추종한 투자자들은 곧바로 손실을 맞을 수도 있다.

즉, 지금의 AI 열풍은 종목 구성이 달라졌을 뿐 여전히 강력하지만, 같은 시장 안에서도 *분산된 리스크 감수 성향*이 한층 두드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