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대, 챗GPT와 대화 후 극단 선택…오픈AI에 첫 소송 제기

미국 10대 청소년이 인공지능 챗봇과 나눈 대화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해당 기술을 개발한 기업과 경영진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2025년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한 10대 소년의 부모는 오픈AI와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부부는 인공지능 챗봇 챗GPT가 자녀의 극단적 선택을 부추기는 데 관여했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아들 아담 레인이 지난해 11월부터 챗GPT를 사용해왔고, 올해 초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챗봇과 더 긴밀한 상호작용을 이어간 끝에 올해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유족 측의 주장에 따르면, 레인은 올해 1월 챗GPT에 극단적인 선택 방법을 구체적으로 물었고, 해당 챗봇이 이에 대해 정보를 제공했다고 한다. 또한, 챗GPT가 위기 상담센터에 전화를 하라고 반복적으로 권했지만, 레인은 ‘소설을 쓰는 중’이라고 답해 챗봇의 경고 시스템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지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오픈AI는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며, 관련 소송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픈AI는 이번 사건을 포함한 유사 사례를 계기로 챗봇의 안전 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이용자가 수면 부족 상태를 언급하거나 정신적 이상을 호소할 때, 챗GPT가 더욱 적극적으로 휴식이나 전문 상담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설계가 변경될 예정이다. 아울러 자살 관련 대화가 장시간 이어질 경우 시스템의 보호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 부분에 대한 기술적 보완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부모가 자녀의 챗GPT 사용 상황을 지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능도 도입될 계획이다.

이 사건은 단일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플로리다주에서도 한 10대가 인공지능 챗봇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해, 해당 챗봇을 개발한 캐릭터.AI를 상대로 한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에도 법원은 소송을 기각해달라는 기업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처럼 청소년 이용자와 인공지능 기술 간의 상호작용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미 44개 주의 법무장관들은 최근 오픈AI를 비롯한 주요 기술 기업들에 보내는 공동 서한을 통해, 인공지능이 아동과 청소년에게 미치는 잠재적 피해가 기존 소셜미디어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를 밝혔다. 특히 기업이 어린 이용자에게 해를 가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인공지능 기술의 윤리적 기준과 안전장치에 대한 사회적·법적 논의가 점차 강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특히 미성년자 보호에 있어 기술 기업의 역할과 책임이 구체화되면서, 향후 관련 소송이 법·제도적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