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상당수가 여전히 성별 다양성 부족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밝혀진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 AI 기업 이사진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하며, 적지 않은 기업들이 여전히 전원 남성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캘리포니아 파트너스 프로젝트와 크런치베이스, 그리고 사회적 영향 투자 단체 일루민 임팩트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최소 누적 투자금이 5,000만 달러(약 720억 원) 이상인 비상장 AI 기업 102곳을 분석한 결과, 여성 이사진의 비율은 단 15%에 불과했다. 나아가 43%에 해당하는 기업 이사회에는 여성 이사가 단 한 명도 포함돼 있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AI 기술은 의료, 금융, 교육 등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구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 기술을 설계하고 통제해야 할 의사결정 구조가 사회의 다양성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부족은 최종 사용자에게 미치는 서비스 영향도 편향될 위험이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신뢰와 지속 가능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는 구조적 문제다. 비상장 기업 이사회 좌석은 주로 최고경영자(CEO), 공동 창업자, 벤처 투자자가 차지하며, 이들 카테고리에는 여전히 여성이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외에도 독립 이사 지명을 둘러싼 기업의 행태 역시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부분 내부 네트워크 안에서 익숙한 인물을 우선 지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인재가 이사회에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공공기업과 비교할 때 비상장 AI 기업들은 이사의 독립성 확보 측면에서도 크게 뒤쳐져 있다. 전수 조사에 포함된 비상장 기업 중 26%는 아예 독립 이사를 한 명도 두지 않고 있으며, 독립 이사를 두더라도 여성 지명 비율은 극히 낮다. 1명의 독립 이사만 둔 기업의 경우 여성 비율은 17%에 그쳤고, 2명 이상의 독립 이사를 둔 기업으로 확대되었을 때에서야 겨우 67%의 기업이 여성 독립 이사를 1명 이상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을 반전시킬 가능성은 존재한다. 조사에 참여한 기관들은 이미 AI 산업 내에서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여성 인재 풀이 충분하며, 다만 기업이 기존 인맥 네트워크 바깥까지 눈을 돌릴 의지만 있다면 상황은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독립 이사 확보는 비교적 수월한 다양성 확대 경로로 평가되며, 기업의 중장기 성장 및 기업공개(IPO) 준비 과정과도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5년 전만 해도 캘리포니아 내 공공기업 중 3곳 중 1곳은 여성 이사가 전무했지만, 현재는 이 같은 사례가 오히려 예외로 분류될 정도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희망을 보여준다. 또한 성별 다양성이 확보된 이사회는 이익 창출 측면에서도 경쟁 우위를 제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누적되고 있다.

급변하는 AI 산업 환경에서 기업들이 지금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과 윤리적 책임도 함께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술적 진보의 선두에 서 있는 AI 기업일수록, 이사회의 구성체계가 다양한 배경과 시각을 수용할 수 있도록 재편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