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 모듈러(Modular)가 새로운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2억 5,000만 달러(약 3,600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16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로 끌어올렸다. 이번 시리즈C 투자에는 토머스 툴의 US 이노베이티브 테크놀로지 펀드가 주도 투자자로 나섰으며, DFJ 그로스를 비롯해 기존 투자자인 구글 벤처스(GV), 제너럴 캐털리스트, 그리고 그레이락 벤처스도 모두 참여했다. 지금까지 모듈러가 유치한 누적 투자액은 총 3억 8,000만 달러(약 5,500억 원)에 달한다.
2022년에 설립된 모듈러는 AI 모델을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애플리케이션 전용 집적회로(ASIC), 그리고 애플의 맞춤형 칩 등 다양한 하드웨어에서 동일한 코드로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독자적인 플랫폼을 개발해왔다. 복잡한 재코딩 없이 칩 간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이 소프트웨어 인프라 구조는, AI 시스템 구축의 효율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해결하는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크리스 래트너(Chris Lattner)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처음부터 AI를 위한 통합 컴퓨팅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믿었고, 오늘날 그 비전은 더욱 절실해졌다”며 “하드웨어에 얽매이지 않는 AI 도입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기업 고객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모두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AI 추론 시장은 사실상 엔비디아(NVDA)가 지배하고 있다. 자사의 독점 컴퓨팅 플랫폼 쿠다(CUDA)를 기반으로 호퍼(Hopper)와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GPU는 전체 AI 연산용 칩의 70~95%를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대항하려는 AMD는 오픈소스 기반의 ROCm 생태계를 중심으로 인스팅트(Instinct) 시리즈를 전개하고 있지만, 커다에 최적화된 개발 도구와 코드로 인해 시장의 전환은 더딘 상황이다.
이와 같은 ‘벤더 종속’ 이슈를 극복하려는 수요는 모듈러의 기회로 이어졌다. 이 회사의 플랫폼은 이미 엔비디아와 AMD는 물론 애플 실리콘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 공개된 최신 릴리스는 차세대 GPU인 엔비디아 B200, AMD MI355에서 vLLM과 SGLang 대비 20~50% 성능 향상을 기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AMD, 엔비디아, 아마존(AMZN) 등 빅테크 기업들이 생태계 파트너로 합류하면서 모듈러의 기술 전략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AI 음성 합성과 데이터센터 GPU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들과의 협업은 하드웨어를 넘어 실질적인 AI 응용 분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본사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에 위치하며 현재 총 직원 수는 130명을 넘어섰다. 이번 투자금은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의 인재 채용 확대,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 엣지 하드웨어 지원 강화, 나아가 추론을 넘어 AI 훈련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AI 배포 시장의 복잡성을 근본부터 해소하려는 모듈러의 접근법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