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Anthropic)이 글로벌 인재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최근 1830억 달러(약 263조 원)의 기업가치로 130억 달러(약 18조 7,0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마친 이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은 미국 외 지역 인력을 세 배로 늘리고, 유럽과 아시아 주요 도시에 신규 오피스를 열 계획이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이번 확장을 통해 더블린, 런던, 취리히를 포함한 유럽 내 전략 거점에 100명 이상의 인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그중 취리히 오피스는 회사의 핵심 연구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 북유럽과 남유럽 지역에도 사업 기반 확대가 예고돼 있다.
이에 따라 경쟁사인 오픈AI(OpenAI)의 유럽 거점 전략과의 비교도 주목받고 있다. 오픈AI는 지난해 말 기준 유럽에 다섯 개의 오피스를 운영 중이었고, 최근 독일 뮌헨에 여섯 번째 사무소를 개소했다.
아시아 시장 개척도 발 빠르다. 앤트로픽은 일본 도쿄에 첫 아시아 본부를 설립하고 내년까지 점진적으로 인력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도쿄 오피스는 구글(GOOGL)과 마이크로소프트(MSFT) 출신인 도조 히데토시가 이끌며, 일본 내 사업 전개에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된다. 이와 함께 앤트로픽은 인도, 호주·뉴질랜드, 한국, 싱가포르 등의 국가에도 신규 지사 설립과 함께 현지 대표를 채용할 방침이다.
해외 부문 사업을 총괄할 책임자로는 크리스 치아우리(Chris Ciauri)를 영입했다. 그는 과거 세일즈포스와 구글에서 시장 전략을 이끌었으며, 최근까지는 유니리(Unily)의 CEO를 맡았던 인물이다.
이번 글로벌 인력 확충은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 앤트로픽의 대표 모델 ‘클로드(Claude)’ 시리즈의 대규모 적용 확산을 목적으로 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클로드 오퍼스 4.1은 일부 코딩 작업에서 오픈AI의 GPT-4 오픈AI 버전 ‘o3’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이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적용 AI팀을 다섯 배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됐다.
오픈AI 역시 인도에서 출시한 저가형 'ChatGPT 고(Go)' 서비스와 정부 대상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오픈AI 포 컨트리스(OpenAI for Countries)’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앤트로픽 또한 현지화된 챗봇 서비스 개발 및 금융시장 특화형 솔루션 등 새로운 제품군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AI 분야의 경쟁이 글로벌 주도로 격화되는 가운데, 앤트로픽의 이번 행보는 치열한 시장 지형 속에서 자사 입지를 단단히 굳히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이자, 세계 AI 패권 경쟁의 서막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한 결정적 한 수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