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전 세계 벤처 자금 시장이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큰 폭으로 반등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전 세계 벤처 투자액은 총 970억 달러(약 139조 6,8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 늘었다. 이는 전 분기인 2분기의 920억 달러(약 132조 4,800억 원)를 소폭 상회하는 수치로, 4개 분기 연속 900억 달러를 넘기며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반등의 중심에는 AI 기업들이 있었다. 특히 앤트로픽(Anthropic)은 130억 달러(약 18조 7,200억 원)의 투자 유치로 단독 선두를 차지했고,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는 53억 달러(약 7조 6,300억 원), 미스트랄 AI(Mistral AI)는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를 확보했다. 이 외에도 프린스턴 디지털 그룹, 엔스케일(Nscale), 세레브라스 시스템즈(Cerebras Systems), 피겨 AI, 데이터브릭스(Databricks), 프사이퀀텀(PsiQuantum) 등 굵직한 AI 및 고성능 컴퓨팅 기업들이 각각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3분기 벤처 투자 중 약 30~33%는 5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투자 라운드에 집중되었다. 실제로 단 18개 기업이 전체 벤처 투자금의 3분의 1을 차지했다는 통계는 자금이 소수의 유망 기업에 쏠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부문에는 전체 투자금의 절반에 가까운 450억 달러(약 64조 8,000억 원)가 몰렸으며, 이 중 앤트로픽에만 전체의 29%가 할당됐다.
3분기 벤처 자금 유입에서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 부문은 하드웨어로, 163억 달러(약 23조 4,700억 원)가 반도체, 로봇공학, 양자 컴퓨팅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투자되었다. 의료·바이오테크 분야도 159억 달러(약 22조 8,600억 원)를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받았고, 금융 서비스 부문은 120억 달러(약 17조 2,800억 원)로 그 뒤를 이었다.
벤처 지원 기업들의 시장 이탈도 증가세를 보였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이번 분기에는 총 16개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이들의 공모가 기준 총 기업가치는 900억 달러(약 129조 6,000억 원)를 넘겼다. 피그마(Figma), 클라르나(Klarna), 넷스코프(Netskope) 등 실리콘밸리의 대표 유니콘들이 시장 데뷔에 나서며 투심을 자극했다.
인수합병(M&A) 시장도 흐름이 지속됐다. 비록 지난 2분기의 517억 달러에서 280억 달러(약 40조 3,200억 원)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추이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오픈AI는 소프트웨어 테스트 기업 스타직(Statsig)을 11억 달러(약 1조 5,800억 원)에 인수했고, 워크데이(Workday)는 교육 특화 AI 기업 사나랩스(Sana Labs)를 유사한 금액에 인수하면서 AI 인재 및 기술 확보에 속도를 냈다.
AI 중심의 핵심 기술 기업들이 시장의 중심축이 되면서, 벤처 자금은 단순한 경기 회복 신호를 넘어 기술 패권의 흐름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스타트업과 대형 기술 기업 간 협력·경쟁 구도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