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조선업을 비롯한 주요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본격적으로 접목하며 산업구조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조선 분야에서는 대형 조선사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중심으로 AI 기반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과 무인 조선소 구축을 추진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10월 20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AI 릴레이 현장 간담회 결과 및 조치 계획’을 발표하며, ‘K-조선 테크 얼라이언스’를 내년부터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 협의체는 조선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민관 공동 프로젝트로, 대형 조선 3사가 참여해 인공지능을 접목한 자율운항선박 개발, 무인 작업 기술, 관련 인력 양성 등을 협력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자율운항 선박과 관련하여 기술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2032년까지 검증·인증 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동시에, 국제표준 동향(MASS Code)과 업계의 기술 수준을 반영해 해운업계에 대한 세제나 금융 인센티브 제공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내수면(하천, 호수 등)에서 자율운항 실증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기술에 대한 기존 규제를 일시적으로 배제해 실제 환경에서 시범 운영을 허용하는 제도다.

AI 로봇 분야에서도 변화가 본격화된다. 산업 현장과 공공 부문에 AI 로봇 도입을 확산하기 위해 내년부터 각종 실증 사업이 추진된다. 이를 위해 AI 로봇 기술 개발에 필요한 원본 데이터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자 개인정보보호법 개정도 검토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올해 말까지 총 5천700억 원 규모의 AI·딥테크 유니콘 기업 육성 펀드를 조성해, 관련 스타트업 성장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자율주행차 역시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전략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한다. 정부는 도시 단위의 실증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수요 확대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AI 기업의 디지털 고도화를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 지원을 시작하고, 자율주행 기술 교육을 위한 정원 확대와 법 개정도 오는 연말 전후로 추진된다. 자율주행차법 개정안 마련, 운행 면허와 관제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제도 기반도 정비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드론, 스마트농업, K-바이오, 뷰티산업 등 15대 핵심 산업군을 대상으로 한 초혁신 프로젝트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관 부처, 관련 기업, 기획재정부가 참여하는 20개 추진단을 구성하고 다음 달까지 세부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정부의 AI 기반 산업 전환 전략은 조선, 자동차, 로봇, 드론 등 우리 산업의 주력 분야에서 고도화와 미래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노린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기술 개발과 함께 제도 개선, 인력 양성, 재정 지원을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향후 스마트 제조업 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