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시놉시스에 약 2조9천억 원 규모의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하면서, 인공지능(AI) 기술의 산업 적용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재무적 협력을 넘어, AI 기반 설계 기술의 확산을 위한 양사 간 전략적 제휴의 일환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시각으로 12월 1일, 엔비디아는 시놉시스의 보통주를 주당 414.79달러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총 2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놉시스 발행 주식의 약 2.6%에 해당하는 지분이다. 시놉시스는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Electronic Design Automation) 분야에서 글로벌 톱티어 위치에 있는 기업으로, 초정밀 반도체 칩 설계 및 검증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전략적 제휴는 양사의 기술을 결합해 연구개발(R&D) 과정의 효율성을 크게 높이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및 가속 컴퓨팅 기술과 시놉시스의 설계 도구를 연계하면 제품 설계, 시뮬레이션, 검증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정밀도는 높일 수 있다. 특히 클라우드 기반 설루션을 통해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 로봇, 항공우주 등 고성능 설계를 요구하는 여러 산업군으로 활용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들어 AI 기술 확산을 목적으로 다양한 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오픈AI, 데이터센터 운영사 코어위브 등 전략적 파트너사에 투자하면서 자사 AI 칩의 활용 생태계를 넓히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특정 기업들을 통해 자사 칩 수요를 인위적으로 유도한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하지만 젠슨 황 CEO는 이번 시놉시스 투자는 자사 반도체 구매와는 무관하며, AI 기술의 산업 전반 확산을 위한 독립된 전략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시놉시스 주가는 이날 엔비디아의 투자 발표 이후 4% 이상 상승했고, 엔비디아 주가 역시 1%대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시놉시스는 올해 들어 지속적인 주가 하락세를 보였던 만큼 이번 투자 발표가 반전의 계기로 평가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AI 기술이 단순히 소프트웨어 개발을 넘어 하드웨어 설계의 근본적인 방식까지 변화시키는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는 반도체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의 연구개발 환경에서 AI 기반 설계 도구의 활용도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