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이 중국 고객사의 고급 칩 확보를 위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중 간 첨단기술 규제를 우회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이 자금은 일본 내 데이터센터에서 활용될 엔비디아 칩 구매 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며, 최종 수요처는 중국의 유력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샤오훙수로 알려졌다.
현지시간 12월 1일,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인공지능 전문 기업 '페일블루닷 AI'가 일본 내 고성능 엔비디아 칩 구매를 위해 약 3억 달러(약 4천4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페일블루닷 AI는 은행과 사모 대출기관들과 접촉해 자금 조달을 논의 중이며, 대출금은 일본 도쿄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에서 엔비디아 칩을 활용하는 목적으로 사용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자금 유통 구조가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 정부가 2022년 이후 고성능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전면적으로 제한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일정 사양 이상의 칩을 중국 내로 직접 반입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고, 이를 계기로 중국 기술 기업들은 동남아시아나 일본 등 제3국 경유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해당 데이터센터는 외부 고객에게 AI 연산을 위한 클라우드 자원을 제공하는 방식이어서, 직접 칩을 공급받지 않아도 AI 모델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종 이용자로 거론되는 샤오훙수는 중국 내에서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형태의 인기 이미지 기반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최근 자체 인공지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최대 금융사 중 하나인 JP모건체이스도 본 프로젝트의 마케팅 자료 준비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실제 거래 성사 여부는 미정이다. 페일블루닷 AI는 관련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짧은 공식 입장을 내놨고, 엔비디아와 샤오훙수 측은 별도의 논평을 내지 않았다.
이 같은 우회 전략은 단순한 대출 거래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대중 기술 압박이 어떻게 실제 시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우회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의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AI 역량을 쌓는 중국 기업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번 일본 사례도 유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술 경계가 강화될수록 기업 간의 연계 구조는 보다 더 정교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런 흐름은 향후에도 지속돼, 법적 테두리 내에서 규제를 우회하는 기술 투자 방식이 더욱 다양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