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INTC)이 인공지능(AI) 추론 칩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인 삼바노바시스템즈(SambaNova Systems)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이 성사될 경우 인수 금액은 부채를 포함해 최대 16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립부 탄(Lip-Bu Tan) 최고경영자(CEO) 체제 하에서 인텔이 진행하는 첫 대형 스타트업 인수로,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AI 기술 확보 의지를 반영한다.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본사를 둔 삼바노바는 ‘SN40L’이라는 AI 추론용 칩을 개발한 회사다. 이 칩은 AI 모델이 학습을 마친 후 실제 환경에서 실행되는 ‘추론’ 단계에 최적화돼 있으며, 경쟁 제품 대비 에너지 효율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삼바노바 측은 SN40L이 동일한 전력 대비 더 많은 AI 토큰을 생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AI 모델이 유저의 질문에 응답하기 위해선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처리하고 저장하는 수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모리 간 데이터 이동은 전체 소비 전력의 상당량을 차지한다. SN40L은 이 데이터 이동을 최소화해 효율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한 번의 연산으로 여러 추론 계산을 압축 처리해 메모리 접근 횟수를 줄인데다, 고속 SRAM, HBM, DRAM의 세 가지 메모리를 동시에 활용해 속도와 응답성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삼바노바는 이 칩을 ‘삼바랙(SambaRack)’이라는 하드웨어 구성을 통해 공급한다. 삼바랙에는 16개의 SN40L 칩이 포함되며, 여기에 자체 툴킷인 삼바사택(SambaStack)을 탑재해 오픈소스 기반의 대형 언어모델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또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도 제공해, 고객이 하드웨어를 직접 운영할 필요 없이 AI 추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해당 스타트업은 2018년 월든인터내셔널이 주도한 5,600만 달러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시작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벤처캐피털을 설립한 립부 탄 CEO가 삼바노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이후 67억 달러 규모의 소프트뱅크 주도 투자 라운드를 통해 기업 가치를 한때 50억 달러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인텔은 내년 초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다만 소식통들은 삼바노바가 여러 투자자들과 계약서를 교환하고 있어, 최종 결정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움직임은 인텔이 두 달 전 발표한 ‘크레센트 레이크(Crescent Lake)’ GPU 시리즈와도 궤를 같이 한다. 해당 GPU 역시 데이터센터용 AI 추론에 최적화된 제품군으로, 에너지 효율 제고가 핵심 특징이다. 삼바노바 인수를 통해 인텔은 AI 반도체 분야의 기술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