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SNPS)가 올해 매출과 수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으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이 같은 호실적 발표 이후 시놉시스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한때 7% 넘게 급등하자,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시놉시스의 영향력이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회사는 2025 회계연도 4분기에 주당순이익(EPS) 2.9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2.78달러를 상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대비 37% 급증한 22억 6,000만 달러(약 3조 2,500억 원)를 기록하며 평균 전망치(22억 5,000만 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하지만 순이익은 전년 동기의 10억 950만 달러에 비해서는 크게 줄어든 4억 4,840만 달러에 그쳤다. 연간 기준으로는 71억 달러(약 10조 2,200억 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15% 성장했다.

시놉시스의 사시네 가지(Sassine Ghazi) CEO는 “올해는 업계를 선도하는 엔지니어링 솔루션 제공자로서의 입지를 굳힌 한 해였다”며 “2026 회계연도에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수익성 확대에 더욱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시놉시스는 엔비디아(NVDA), 인텔(INTC), 삼성전자, 퀄컴(QCOM)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설계 자동화 과정에서 사용하는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칩 설계, 검증, 서명(Sign-off), 물리 검증 등 복잡한 칩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이 소프트웨어는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반 기술로 꼽힌다. 시놉시스는 경쟁사 캐던스(CDNS)와 더불어 글로벌 칩 설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AI) 기술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자 시놉시스의 사업에도 훈풍이 불었다. 시놉시스의 최고재무책임자 셀라 글레이저(Shelagh Glaser)는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114억 달러(약 16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주문 잔고가 향후 수년 내 매출로 전환될 것"이라며 "2026년에도 또 한 번의 최대 실적 경신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놉시스는 앞서 마무리한 앤시스(Ansys)의 350억 달러(약 50조 4,000억 원) 규모 인수합병 효과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시놉시스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 매출 전망치 96억 달러 중 29억 달러는 앤시스에서 올릴 수익이며, 이외에도 비핵심 사업군 매각에 따른 1억 1,000만 달러의 매출 감소도 반영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AI 산업의 핵심기업 엔비디아가 시놉시스에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의 지분을 투자하면서 양사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주목받고 있다. 두 회사는 향후 칩 설계 전용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에 나설 예정이며, 엔비디아 GPU는 시놉시스 솔루션의 처리 성능을 극대화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Jensen Huang) CEO는 “이번 협업은 컴퓨팅의 영역을 처음으로 설계와 엔지니어링 분야까지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파트너십의 의미를 강조했다.

한편 시놉시스는 2026년 1분기에 주당순이익 3.55달러와 23억 9,000만 달러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으며, 연간 EPS는 14.36달러, 매출은 96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시장의 기존 추정치보다 다소 보수적인 수치지만, 앤시스 통합과 신사업 전개에 따른 중장기 성장 전망은 여전히 밝다는 평가다.

현재 시놉시스 주가는 연초 대비 2% 하락한 상태지만, 이번 실적 발표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재차 높아지고 있다. AI와 반도체의 결합이 가속화되는 구도 속에서 시놉시스는 핵심 기술 공급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