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반도체 스타트업 언컨벤셔널 AI(Unconventional AI)가 설립과 동시에 6,840억 원(약 $475M)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해 시장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투자에는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와 안드리센 호로위츠를 비롯해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 창업자인 나빈 라오(Naveen Rao) 등 6곳 이상의 유력 투자자가 참여했다. 기업 가치는 이미 6조 5,000억 원(약 $4.5B)으로 책정돼, 시드 단계 스타트업으로서는 이례적인 평가를 받았다.

언컨벤셔널 AI는 AI 칩 분야의 선구자로 꼽히는 라오가 이끄는 만큼, 차세대 지능형 컴퓨팅 아키텍처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는 인텔(INTC) 산하 AI 플랫폼 부문 부사장 출신으로, 이전에는 AI 칩 스타트업 너바나 시스템즈(Nervana Systems)를 공동 창업해 인텔에 5,760억 원(약 $400M) 규모로 매각한 전력이 있다. 이어 그는 모자이크ML(MosaicML)을 설립했고, 해당 기업 역시 2023년 데이터브릭스(Databricks)에 약 2조 원에 인수됐다.

라오가 세 번째로 도전하는 스타트업 언컨벤셔널 AI는 생물학적 뉴런의 행동 원리를 모방한 AI 반도체 개발을 목표로 한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생물학적 뉴런은 고유한 물리 속성을 바탕으로 지능을 형성한다. 우리는 이를 반도체 회로로 구현해 새로운 지능의 기반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통적인 컴퓨터 아키텍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신경형(neuromorphic) 컴퓨팅 접근 방식에 해당한다.

실제로 인텔 역시 클럭(Clock)이 없는 뉴로모픽 칩을 개발해 회로 사용률과 전력 소비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기에, 언컨벤셔널 AI의 연구 방향은 이와 유사하거나 더 급진적인 노선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기존 반도체보다 무려 ‘1000배 효율’을 목표로 하며, 시스템온칩(SoC) 구조에 기반한 AI 가속기를 개발 중이다. 해당 칩은 CPU, 혼합신호 회로, 타사 지적재산(IP) 모듈이 결합된 복합 구조로 설계된다.

또한 기업은 미래 지향적 비휘발성 메모리 RRAM(저항변화 메모리) 채택도 조사 중이다. 이는 플래시 메모리보다 높은 성능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기술적 과제로 인해 현재는 광범위한 채택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영역이다.

하드웨어 개발에 그치지 않고, 언컨벤셔널 AI는 자사의 칩 위에서 구동될 맞춤형 AI 모델까지 직접 설계할 예정이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공동 설계를 추구함으로써 특히 대규모 언어모델과 같은 연산 집약적 작업에 최적화된 컴퓨팅 환경을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는 “생물학적 에너지 효율 수준의 AI 컴퓨팅이 목표”라며, “기존 반도체 아키텍처로는 도달할 수 없는 효율성과 성능을 열어줄 수 있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반도체 시장이 고성능 연산과 전력 효율 사이의 균형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맞이한 가운데, 언컨벤셔널 AI의 등장은 기존 틀을 뛰어넘는 혁신적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NVDA) 중심의 GPU 독점 시장에 균열을 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