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인공지능(AI)의 실전 도입을 앞당기기 위한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의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HPE는 ‘Unleash AI’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검증된 AI 솔루션과 독립 소프트웨어 벤더(ISV)들의 생태계를 하나로 묶어, 상용화 준비가 완료된 AI 환경을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단순한 PoC(개념 검증) 단계를 넘어 실제 성과 중심 AI 활용으로의 전환을 노리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HPE의 AI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사업개발 부문 부사장 로빈 브라운은 “기업들이 AI 실험에서 벗어나 자사 방화벽 내부에서 안전하게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겠다”며, “시큐리티, 거버넌스, 확장성 등의 실무 조건을 충족하는 환경이 핵심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Unleash AI’는 엔비디아(NVDA)와 공동 개발한 프라이빗 클라우드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며, 여기에 군용 보안 수준의 컴퓨팅 기술을 제공하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WD), 포타닉스 등 전문 파트너들이 결합돼 있다.
주목할 점은,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협업사 제품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비즈니스 문제 해결 중심으로 특화된 파트너사들과의 키 유즈케이스 중심 생태계라는 데 있다. 예컨대, 시각지능 기반 분석부터 접근성 확장, 디지털 트윈, 에이전트 기반 데이터 분석 등 각각의 ISV가 특정 도메인 전문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고객은 자신의 과제에 가장 잘 맞는 솔루션을 직접 실험해볼 수 있다. ‘실험실 체험’ 기능은 실환경에 가까운 테스트를 가능케 하며, 고객이 PoC 단계로 이어지는 걸림돌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 사례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HPE는 카미와자(Kamiwaza)와 협력해 미국 연방기관의 웹사이트가 장애인 접근성 규제(섹션 508)를 빠르게 만족할 수 있도록 돕는 에이전트 기반 솔루션을 개발했다. 기존 수개월 걸리던 웹 정보 접근성 개선이 불과 수분 단위로 단축되면서, 공공 데이터를 누구에게나 열려 있도록 만들겠다는 AI 도입 취지가 명확해졌다. 이에 대해 브라운 부사장은 “규제가 없어도 가치 있는 일”이라며, 기술 이상의 윤리적 관점도 강조했다.
또한 카미와자, SHI와 함께 스마트시티용 AI 기반 도시 솔루션도 선보였다. 엔비디아 행사에서 공개된 이 프로젝트에는 영상 분석, 환경 감지, 디지털 AI 시민앰배서더 등 다양한 요소가 통합돼 있으며, 교통, 안전, 기후 등 도시행정을 AI로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둔다. 브라운은 "도시는 지금 어떤 기술을 도입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HPE의 에이전트형 AI 솔루션이 이러한 전환점에서 실질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유럽에서는 이미 AI 법안이 통과됐고, 2026년 8월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HPE는 자사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AI 인프라를 활용해 고객사들이 새로운 규제 환경에서도 컴플라이언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향후 AI 시장 성장의 중요한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접근성 규제의 대응 경험이 EU의 보다 까다로운 규제 환경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향후 HPE는 스마트시티를 넘어 제조, 소매, 공항, 의료 등의 산업군으로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각 산업의 특성에 최적화된 AI 에이전트 워크플로우를 개발해, 단일 솔루션이 아닌 맞춤형 패키지 제공에 주력할 방침이다. 브라운은 “산업마다 필요한 AI 요소는 물론 그 구현 양상도 다르다”며, “우리는 그 모든 니즈를 커버할 수 있는 유연한 확장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실리콘앵글(SiliconANGLE)과 큐브네트워크(theCUBE)의 공동 취재 시리즈 'Unleash AI Momentum' 일환으로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