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가 인공지능(AI) 서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분야의 매출 감소가 전체 실적에 부담을 주는 모습이다. 4분기 매출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가운데, 대형 고객들의 프로젝트 지연으로 AI 서버 출하가 미뤄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HPE는 4분기 조정 주당순이익 62센트를 기록해 월가 예상치인 58센트를 웃돌았지만, 매출은 96억 8,000만 달러(약 13조 9,300억 원)로 예상치인 99억 3,000만 달러(약 14조 3,000억 원)에 못 미쳤다. 특히 AI 수요 확대 속에 성장세를 보여온 서버 사업 부문에서 전년 대비 5% 감소한 44억 6,000만 달러(약 6조 4,200억 원)를 기록하면서 실망감을 안겼다. 이로 인해 운영 마진도 9.8%로 하락, 전년 동기의 11.6%보다 낮아졌다.

안토니오 네리(HPE CEO)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대형 고객들이 AI 프로젝트 준비에 차질을 빚으면서 주문한 서버 인도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매출 공백의 배경을 설명했다. 마리 마이어스(HPE CFO)도 "대형 기업 및 정부 고객과의 거래가 늘고 있는데, 이들은 절차가 복잡하고 공급망 이슈나 수출 규제로 인해 납기 지연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다만 회사는 이들 대형 고객이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HPE는 AI 서버에 대해 약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의 신규 주문을 확보한 상태다.

한편, HPE는 최근 140억 달러(약 20조 1,600억 원)에 인수 완료한 네트워크 기업 주니퍼 네트웍스 효과로 네트워크 부문 매출이 150% 급증한 28억 달러(약 4조 300억 원)를 기록하면서 일부 활로를 모색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부문은 12% 감소한 14억 달러(약 2조 160억 원), 금융서비스 부문은 전년 수준인 8억 8,900만 달러(약 1조 2,800억 원)에 머물렀다.

이러한 고객 지연이 반복되면서 HPE는 새로운 분기 가이던스에서도 기대치를 밑돌았다. 2026년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은 90억~94억 달러(약 12조 9,600억 원~13조 5,400억 원)로 예측됐고, 이는 컨센서스인 98억 8,000만 달러(약 14조 2,400억 원)보다 낮다. 반면 조정 EPS는 57~61센트로 시장 기대치인 53센트를 상회했다.

회사 측은 연간 가이던스를 유지하면서 조정 순이익은 기존 2.20~2.40달러에서 2.25~2.45달러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마이어스 CFO는 "2026년 하반기에 메모리 칩 등 부품 가격 안정화와 주니퍼 인수 효과가 본격화되며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냉정했다. HPE 주가는 정규장에서는 2% 상승마감했지만 시간 외 거래에서 9% 넘게 급락하며 연초 대비 상승률도 7%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같은 기간 14% 이상 오른 S&P500지수에 비해 크게 뒤처진 성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