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세계 최대 검색업체인 구글에 대해 자사 검색엔진과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스마트 기기의 기본 설정으로 고정할 경우, 매년 관련 계약을 갱신하도록 명령했다. 이는 온라인 시장에서의 구글 지배력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로, 종전보다 더 적극적인 경쟁 유도 방안으로 평가된다.
이번 판결은 12월 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연방법원 아미트 메흐타 판사에 의해 내려졌으며, 구글이 애플이나 삼성전자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에 수십억 달러를 지급하면서 자사 서비스를 기본값으로 설정해온 관행에 구조적인 한계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메흐타 판사는 검색 서비스뿐 아니라 AI 서비스도 이 제약에 포함시켰다. 이는 최근 오픈AI 등 경쟁사들이 자체 검색 기능을 개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구글이 수년 단위의 장기 계약 등을 통해 자사 검색 서비스가 대부분의 스마트폰에서 기본으로 설정될 수 있도록 해왔는데, 이로써 새로운 기술 경쟁의 문이 닫히고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례로, 2022년 구글이 애플에 지급한 금액이 200억 달러(약 29조 원)에 달하며, 삼성전자에도 최근 4년간 약 80억 달러(약 12조 원)를 건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원은 단순히 계약 기간만 제한한 것이 아니다. 구글이 경쟁사와 검색 데이터 일부를 공유해야 한다는 기존 결정 역시 구체화했다. 그러나 공유 대상은 제한돼 있다. 이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와 같은 원시 데이터는 포함되지만, 구글 자체의 검색 알고리즘이나 광고 기반의 상세 데이터 등은 제외된다. 이는 구글의 핵심 경쟁력을 보호하는 동시에, 데이터 접근의 형평성을 제고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러한 결정의 집행을 감시할 기술위원회는 소프트웨어 공학, 인공지능, 정보보안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되며, 이들은 구글이나 경쟁사와 직접적 이해충계에 얽히지 않아야 한다. 과거 또는 향후 일정 기간 관련 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면 위원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앞서 구글은 지난 9월 데이터 공유 명령에 대해 항소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이번 판결과 관련된 공식 입장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장기적으로 플랫폼 시장의 경쟁 구도를 크게 바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AI 기반 서비스가 빠르게 확대되는 만큼, 구글이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반에서도 자사 서비스를 스마트 기기에 탑재하려는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