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12월 8일 강세를 보였다. 이는 반도체 업황 호조와 함께 두 기업이 4분기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낼 것이라는 증권가의 분석이 투자심리를 끌어올린 결과다.

이날 오후 2시 31분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4.23% 오른 56만7천 원으로 집계됐다. 장중 한때는 56만8천 원까지 상승하며 강한 매수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도 같은 시각 전날보다 0.65% 오른 10만9천150원에 거래되며 장중에는 약 한 달 만에 11만 원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주가 상승의 배경에는 미국 증시 호재도 있었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에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예상을 밑돌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됐고, 그 여파로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강화됐다.

LS증권은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14만 원, 70만 원으로 높였다. LS증권은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점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차용호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18조6천억 원으로, SK하이닉스는 16조1천억 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각각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를 상당 폭 웃도는 수치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대한 수요 확대가 이런 고성장 전망에 힘을 실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에 따라 HBM 시장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엔비디아향 HBM 공급은 경쟁사 대비 후발 주자이지만, 최근 구글의 AI 전용 반도체인 TPU(텐서 처리 장치) 채택 확대로 수요처가 다변화되면서 점진적으로 입지를 넓힐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AI 산업의 생태계가 내년부터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양한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이와 연관된 메모리 수요 역시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경쟁 구도 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HBM 생산능력이 두 한국 기업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하며, 향후 북미 빅테크 기업이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에 탑재할 HBM 대부분을 삼성과 하이닉스가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반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미 메모리 호황과 HBM 사업 안정성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주가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도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한국 시간 기준 오는 12월 11일과 12일에 발표되는 오라클과 브로드컴의 실적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기업의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경우, AI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면서 이른바 'AI 거품론'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AI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느냐에 따라 다음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체계 변화와 신기술 수요의 불균형이 투자심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