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주회사의 관계사 지분 보유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기존 규제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할 경우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이 기준이 50%까지 낮아질 수 있다. 100% 규정은 기업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만으로도 최하위 회사를까지 지배하는 구조를 제한하기 위한 공정거래 원칙의 일환이었지만, 이로 인해 신기술에 대한 유연한 투자와 자금 확보에 장애물이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고, 민간의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바람이 커졌다.

금산분리(금융과 산업 간 자본 분리) 규정에도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리스 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기존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업이나 보험업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왔다. 그러나 금융리스를 통해 시설을 빌리는 방식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큰 첨단 산업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수단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일부 예외를 통해 이를 가능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번 방안이 적용되면 SK하이닉스와 LG에너지솔루션 같은 전략 산업 내 주요 기업들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은 각각 SK와 LG의 손자회사인데, 현재 지분 100% 규정으로 인해 자금을 모두 자체 조달해야만 새 회사를 설립하거나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약 600조 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규제가 완화되면 이들 기업이 외부 펀드 등을 통한 지분 투자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조치를 두고 공정거래법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는 현행 3단계 지배구조 제한이 무력화될 수 있고, 특정 기업에 유리한 맞춤형 정책이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특히 SK그룹이 제출한 제도개선안이 정부안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이런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반도체 등 일부 전략 산업에 한정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규제 완화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규제 완화 움직임은 첨단 기술 확보 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상황에서, 민간의 대규모 투자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향후에는 반도체나 AI 외에도 바이오, 배터리 등 다른 전략 산업에도 유사한 제도 변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도 이런 방식의 ‘조건부 완화’를 통해 산업정책과 공정거래 규제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