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하고, 예산 삭감과 인력 재조정 등 광범위한 개편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기대와 달리 기술 발전 속도나 시장 반응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12월 4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가 내년도 메타버스 관련 예산을 약 30%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논의는 최근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하와이 자택에서 주재한 예산 기획 회의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조정안이 확정되면, 가장 큰 타격은 가상현실 기기 등을 개발해온 '리얼리티 랩스' 부문과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가 받을 전망이다.
메타는 지난 2021년, 3차원 가상 공간을 미래 핵심 플랫폼으로 내세우며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변경하고 사업 재편을 단행했다. 저커버그 CEO는 당시 "회사의 정체성을 메타버스에 두겠다"고 선언하며, 수십 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최근까지 리얼리티 랩스만으로도 누적 영업손실이 700억 달러(약 103조 원)를 넘어서고 있으며, 이로 인해 월가 금융 애널리스트들과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사업을 “밑 빠진 독”이라 지칭하며 폐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동안 메타는 호라이즌 월드를 통해 가상 플랫폼을 운영해왔지만, 콘텐츠 부족과 기술 완성도 저하, 안전성 문제 등으로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오히려 일부 시민단체들은 플랫폼 내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적 괴롭힘과 인종 차별 등 부적절한 행위가 빈번하다고 지적하며 비판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메타는 구조조정 이후에도 사용자 경험이 긍정적인 일부 소비자용 하드웨어, 예컨대 레이밴 브랜드의 스마트안경 등은 개발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 저커버그 CEO는 공식 석상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언급을 줄이고, 대신 인공지능(AI) 분야로 투자 비중을 전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애플에서 디자인 책임자 앨런 다이를 영입해 최고디자인책임자(CDO)에 임명하면서, 향후 차세대 기술 플랫폼으로 AI를 낙점하고 역량을 집중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사업 재편 소식에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메타 주가가 하루 만에 4% 이상 급등했다. 시장은 비용 절감과 투자 전략 전환을 긍정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메타는 메타버스 전략을 대폭 축소하고, 보다 실용적인 기술 분야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