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을 활용해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예비 창업가들이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속속 현실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미국식 연구개발 기반 창업 모델을 본뜬 ‘텍스코어’ 프로그램이 이들의 사업 구체화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 주목받고 있다.

텍스코어는 미국 국립과학재단이 운영하는 '아이코어(I-Corps)'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국내에서 도입된 실험실 창업 지원 시스템이다. 핵심은 일정 기간 동안 최소 수십 회의 잠재고객 인터뷰를 강제함으로써, 기술 중심 연구자에게 부족한 시장 이해력을 보완해준다는 데 있다. 특히 인공지능 같은 첨단 기술이 창업 아이템인 경우 실사용자의 실제 니즈와 산업 내 구조를 직접 확인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포항공대 소속 김상윤 씨는 텍스코어 과정을 거친 대표 사례로 꼽힌다. 화공 비전공자였지만, 컴퓨터공학 전공을 살려 ‘스냅스케일’이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해 플랜트 설계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김 씨는 국내외 엔지니어 75명을 인터뷰하면서 공정 시뮬레이션과 플랜트 설계의 구조적 반복성을 확인했고,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효율화 모델을 구체화했다. 그는 공장 설계 업무가 여전히 사람이 중심인 노동 집약형 방식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이 과정을 알고리즘화함으로써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한편 ‘모두의 권리금’을 준비 중인 김건수 대표는 금융업계 출신으로, 자영업자들이 장사가 잘돼도 자금난을 겪는 구조에 의문을 품은 끝에, 권리금 문제를 창업 아이템으로 풀었다. 텍스코어 참여를 통해 70여 명의 소상공인과 중개업자를 인터뷰한 결과, 권리금 시장의 불투명성과 사각지대가 창업 실패의 주요 원인임을 확인했다. 그는 AI 기반 예측 시스템을 개발해 등기·핀테크 데이터를 활용한 권리금 평가와 중개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으며, 이미 신용보증기금 등의 기관으로부터 초기 사업성을 인정받았다.

정신건강 문제를 기술로 풀려는 시도도 있다. 스타트업 ‘마인드마일’을 설립한 이선미 대표는, 웰니스 앱이 사용자 만족은 높지만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시장 한계를 직시하고, 텍스코어 참여를 계기로 사업 전환을 결심했다. 200명이 넘는 상담자 및 이용자 인터뷰 결과, 대중이 상담센터에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상담 예약 및 절차를 안내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실제 상담센터와의 테스트 협의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창업 사례들은 단순한 기술 발명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사회 문제 해결과 산업 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기술자 출신 창업자들이 텍스코어 같은 실증 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의 언어를 습득하고 실수요자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는 점은 향후 국내 인공지능 스타트업 생태계 확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