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인공지능(AI)을 도입하면 향후 5년간 생산성이 누적 약 1% 높아질 수 있지만, 국가·계층별 격차와 전력망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9월 비공식 ECOFIN 회의 배경자료에서 유럽의 AI 생산성 효과가 평균 약 1%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연간 증가율이 아니라 5년간 누적 효과다.
IMF는 실제 효과가 AI 도입 속도와 디지털 인프라, 숙련 인력, 에너지 공급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소득 국가는 AI 활용에 필요한 기반과 전문 인력을 상대적으로 많이 갖춘 반면, 다른 국가는 기술 도입과 인력 재배치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별 산업 구조와 AI 노출 직종 비중도 생산성 효과의 차이를 키울 수 있다. 같은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인프라와 노동시장 대응 역량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AI에 크게 노출된 직종에 종사하는 노동자 비중은 선진 유럽에서 약 60%, 신흥 유럽에서 45%, 전 세계적으로 40%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약 절반은 전문직·관리직처럼 AI가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분야다.
반면 사무직과 일부 소매업처럼 반복 업무 비중이 높은 직종은 자동화에 따른 대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IMF는 AI가 새로운 숙련 수요를 만들면서 기존의 기술·소득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노동자가 새로운 직무로 이동할 수 있도록 재교육과 평생학습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업보험과 소득 지원 체계도 노동시장 변화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AI에 노출된 선진국 근로자 비중을 분석한 본지 보도에서도 AI의 영향은 직업 전체의 소멸보다 업무 구성과 생산성 변화로 나눠 봐야 한다는 점이 제시됐다.
전력망은 AI 확산의 또 다른 제약 요인으로 꼽혔다. 유럽 데이터센터는 현재 유럽 전체 전력 소비의 약 3%를 사용하고 있으며, AI 학습과 추론 수요가 늘면 전력 수요가 더 커질 수 있다.
데이터센터가 프랑크푸르트·런던·암스테르담·파리·더블린 등 주요 도시에 집중된 점도 부담이다. 특정 지역에 전력 수요가 몰리면 전력망 혼잡과 연결 지연이 커질 수 있다.
IMF는 국가 간 전력망 연결과 전력시장 통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력을 수요가 높은 지역으로 이동시키면 가격 변동과 공급 불안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센터 입지와 전력망 투자 계획을 함께 조정하는 방식도 제안됐다.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더라도 전력 공급 능력과 송전망 확보가 뒤따르지 않으면 지역별 병목이 생길 수 있다는 취지다.
AI 공급망 의존도 역시 위험 요인으로 거론됐다. 주요 AI 모델과 기술 기업이 유럽 외부에 집중된 만큼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확충하고 반도체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외부 공급 차질에 대한 취약성을 낮출 수 있다고 IMF는 밝혔다.
이번 분석은 18~19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유럽연합 재무장관 비공식 회의와 맞물렸다. EU 이사회는 해당 회의에서 AI가 생산성·노동시장·에너지·지정학에 미칠 영향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IMF가 제시한 생산성 효과는 기술 도입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재교육과 노동시장 지원, 전력시장 통합, 데이터센터 입지 조정,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이번 분석의 핵심이다.

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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