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각지 온라인 헌책방에 8월부터 대량 주문이 이어졌으며, 일부 점포에서는 하루 100권을 판매한 사례도 확인됐다. 주문 도서는 철학·역사·의학·법률 등 비인기 전문서에 집중됐고, 대부분 일본 오카야마현의 같은 물류센터로 보내졌다.
일본 TV 네트워크 NNN은 헌책방 여러 곳에서 하루 100권을 판매하거나 평소보다 매출이 5배 늘어난 사례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도쿄고서적상업협동조합도 이 같은 주문 동향을 파악했으며,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citeturn1view0
주문은 대형 온라인 서점 플랫폼의 여러 계정에서 나뉘어 들어왔다. 하지만 배송지는 오카야마현의 한 물류센터로 같았다. 관동 지역의 한 헌책방은 이미 1000권 넘게 판매했으며, 50대 점주는 주문 간격이 거의 일정해 프로그램을 이용한 자동 주문 가능성을 제기했다.
팔린 책의 종류도 평소와 달랐다. 일반적으로 판매량이 많은 소설과 만화 대신 철학·역사·의학·법률 서적과 ‘에도시대의 생활과 문화’, ‘30년 전 정계’처럼 수요가 제한적인 책이 빠르게 소진됐다. 한 점주는 주문 도서에서 “어떤 맥락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카야마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일본 기업은 개별 거래에는 답하지 않겠다며 구매 목적과 배후 기업을 공개하지 않았다. 한 헌책방 관계자는 매출 증가를 반기면서도 “책의 가치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복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일본의 다른 헌책방에는 해외 기업이 수만 권을 한꺼번에 주문할 수 있는지 묻는 이메일이 도착하기도 했다. 다만 해당 문의와 오카야마현 물류센터로 이어진 주문의 관계는 드러나지 않았다.
일본에서 미국으로 일본어 서적이 대량 수출된 기록도 확인됐다. NNN은 무역 데이터 분석 도구를 통해 일본의 한 대형 출판 유통업체 계열사가 지난해부터 품목명을 ‘JAPANESE BOOKS’로 신고한 화물 50t 이상을 미국에 보낸 사실을 추적했다.
1권을 500g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10만권에 해당하지만, 실제 도서 수량은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출판 유통업체는 AI 기업의 학습 용도라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책을 판매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NNN은 일본 헌책방의 대량 주문과 미국 수출 물량이 직접 연결된 사실까지 확인하지는 않았다. 구매 주체와 책의 최종 사용처도 공개되지 않았다.
종이책을 AI 학습에 활용하는 사례는 미국에서도 논란이 됐다. 404미디어(404 Media)는 대량 주문된 헌책에 위치 추적 장치를 넣어 아마존($AMZN) 라스베이거스 시설까지 이동한 경로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현장에서는 책의 제본을 잘라 페이지를 스캔한 뒤 실물을 폐기하는 작업이 이뤄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아마존은 고객용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개선하기 위해 상업적 경로로 책을 구매한다고 밝혔다. citeturn1view2
책을 AI 학습에 활용하는 행위의 법적 판단도 쟁점이다. 일본 저작권법 30조의4는 저작물의 표현을 사람이 감상하는 목적이 아닌 데이터 분석이나 AI 학습에 필요한 이용을 일정 범위에서 허용한다.
다만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는 경우에는 예외가 될 수 있다. 일본 문화청은 해당 조항이 AI 학습 데이터 구축을 포함할 수 있지만 이용 목적과 방식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citeturn1search0turn1search1
AI 개발사 입장에서는 책을 스캔해 텍스트 데이터로 바꾸면 모델 학습에 활용할 수 있지만, 원본 도서가 훼손되거나 폐기될 경우 저작권과 문화 보존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본지는 앞서 아마존의 희귀 도서 대량 매입과 AI 학습용 스캔 논란을 보도한 바 있다.
현재 확인된 사실은 일본 헌책방의 대량 주문, 동일 물류센터 배송, 전문서 중심의 매입, 미국행 일본어 서적 50t 이상 수출 기록이다. 실제 구매 주체와 책의 최종 사용처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일본 내 주문과 미국 수출 기록이 같은 사업에 따른 것인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김미래 기자
댓글0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