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기업의 2026년 인공지능(AI) 투자 비중이 전체 투자금의 약 10%에 이를 것으로 제시됐다. AI 관련 차입은 기업 신용 증가분의 약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8일 브뤼셀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 청문회에서 “AI는 생산·노동·혁신 방식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AI가 생산성뿐 아니라 투자·고용·물가·금융시장과 통화정책 전달 경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CB 공식 연설문에 담긴 발언이다.
ECB 조사에서는 2025년 말 유로존 기업의 38%가 AI를 최소 중간 수준으로 사용한다고 답했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활용한다고 답한 기업은 7%에 그쳤다. 유로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은 직장에서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라가르드 총재는 AI가 생산성을 높이면 장기적으로 기업 비용과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효과의 규모와 실현 속도는 기업의 도입률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AI 인프라 구축에는 컴퓨팅 능력·데이터센터·에너지·인력 재교육이 필요하며, 유럽연합의 AI 기가팩토리 구축을 위한 300억유로 투자는 초기 대응으로 평가됐다.
고용 효과는 AI 활용 목적에 따라 달라졌다. 연구·혁신·신제품 개발에 AI를 활용하는 기업은 채용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은 고용을 줄이는 경향을 나타냈다. AI가 장기적으로 노동자를 보완할지 대체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금융시장 위험도 제기됐다. AI 관련 주식 가치가 일부 기업에 집중되고 이들 기업의 부채 조달이 빠르게 늘면서 성장 전망이나 부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재평가가 시장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정이 발생하면 유로존 투자자와 실물경제로 파급될 가능성도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AI 투자 확대가 데이터센터·특화 반도체·클라우드 인프라·하드웨어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투자가 기업 이익보다 부채와 사모신용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조달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SUERF는 2025년 1월 발간한 Policy Brief 1080에서 AI의 통화정책 영향을 간접 효과와 직접 효과로 나눴다. 보고서는 생산성·고용·소득분배 등 거시경제 변화가 통화정책 기조에 미치는 영향을 간접 효과로, 정책금리 변화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거쳐 물가·성장·고용에 전달되는 방식의 변화를 직접 효과로 설명했다. SUERF Policy Brief 1080은 생산성 증가 폭과 실현 시점에 대한 연구 결과가 엇갈려 AI의 전체 물가 효과에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AI 기반 알고리즘 가격 결정이 기업의 가격 조정을 더 빠르고 빈번하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고객별 차등가격·알고리즘 간 담합·플랫폼 집중은 통화정책과 소비자 가격 사이의 연결고리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통화정책의 과제는 AI가 생산성, 투자, 노동시장, 금융 여건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AI가 유로존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면서 물가 안정 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최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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